조 은 미
어제는 울산에서 모처럼 고항에 다니러온 초등학교 남자 동창이 번개팅으로 친구들을 불러 모아 열명 남짓 모였다.
그 시절 버스도 드문드문 다니던 산골 마을에서 경동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국내 유수의 기업에서 부사장까지 지낸 친구는 늘 동창들의 자랑이고 어깨였다.
겸손하고 동창들에게 잘 베푸는 넉넉하고 온화한 인품으로 모두의 사랑을 받는 친구가 어제도 점심 대접을 해서 모처럼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점심 후엔 우리집으로 차 마신다고 모여와서 손바닥만한 내 놀이터 텃밭에 고추, 토마토, 가지,각종 나무새 모종 몇 대씩을 심어 주고 갔다. 100 세 시대라 하지만 80세 까지 생존 확률이 30%, 85세까지는
15%, 90 세까지는 5%라는 통계가 나와있는 걸 보면 70 넘은 우리 나이도 적은 나이는 아니다.
이제 건강하게 만난다한들 몇 해 더 만날까 싶고 이 나이에 얘, 제하며 무람하게 마음 터놓고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친구가 몇이나 있을까 싶으니 새삼 늙어가는 벗들이 소중하다.
농사 짓느라 얼굴이 그을리고 주름이 늘어가고 허리 , 다리 아프다고 궁시렁 대면서도 팔 걷어 붙이고 내 집 일처럼 나서주는 친구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흙먼지가 풀풀 날릴만큼 가물던 날씨가 엊저녁 개구리가 그리 그악스럽게 울어대더니 아침에 나가니 간밤에 내린 비에 땅이 촉촉히 젖었다.
뜨락에 내려서 내 새끼들과 눈맞추며 아침인사를 건낸다.
어제 심은 모종들이 생생해지고 친구네 울안에서 떠온 금낭화도 생기가 돈다.
잎귀가 늦어 죽은 줄 알고 애태우던 수양도도 여기 저기 잎눈이 터지기 시작하고 죽은 것처럼 누렇게 떳던 꽃잔디 사이사이에서도 파란 촉이 앙증맞게 고개를 내민다.
부모에게 잘난 자식도 자랑스럽고 기쁨이지만 좀 부족한 자식에 대해서는 더 마음이 키이고 안타깝고 늘 가슴 한구석 에리고 시리다가 모자란듯 싶던 그 자식이 제대로 커서 제 몫을 다 할때 느끼는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듯이 죽을듯 살듯 하던 녀석들이 비에 살아나니 어찌 그리 사랑스럽고 대견한지!
때 맞춰 비를 공급해주시는 은혜에 감사한다. 생각해 보면 머리털 하나라도 내가 자라게 할 수 있는지?
아무 때고 부르시면 하루라도 이 땅에 머물 수 있는지?
이만큼 건강하게 붙들어 주심도 은혜요 감사할 일 아닌가? 비에 시들어가던 초목이 살아나듯 값없이 주시는 은혜를 감사하고 누리며 사는 것이 복된 삶이려니!
푸르러진 뜨락을 보며 생기를 얻는다.
위대하신 능력과 주밀하신 사랑에 감사하며 새아침을 연다. 오늘 하루도 당신과 동행하는 하루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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