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거리두기도 완화된 터라 오랜만에 묵은 벗들과
맘 편히 북촌 나들이에 나섰다.
3호선 안국동역 2번 출구 나와 재동 골목 길에 들어서면 한옥을 개조한 맛집들이 즐비하다.
세련되고 모던한 현대식 분위기에서 벗어나 가장 전통적인 한국의 옛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거리가 되었다.
정감이 느껴지는 좁은 골목 분위기가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시간이 마냥 기어가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속을 꽉 채운 담백하고 정갈한 손 만두로 유명한 깡통 만두집은 11시 30 분부터 문을 여는데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1시간여 기다려야 입장 할수 있을 만큼 인기있는 맛집이다.
우리는 미리 예약을 하고 간터라 개점하자마자 입장할 수 있었다.
조량이떡 만두와 칼국수 만두를 주문했다.
담백한 사골 국물에 먹음직스런 만두가 정갈한 밑반찬과 함께 나왔다.
노란 계란 지단과 양지살 쭉쭉 찢어 무친 고명에 김채 솔솔 얹어 함께 나온 만두국은 소문이 빈말이 아닐 만큼 맛났다.
길게 늘어서 줄서는 사람들 생각해 얼른 식사를 하고
일어서 나왔다.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 들고 바로 큰 길 건너 옛 창덕여고 자리에 우람하게 들어선 헌법 재판소 후원에 들어선다. 위압적인 건물의 위용에 눌려 가끔 지나쳐도 들어가볼 엄두를 못냈는데 미리 답사를 와본 친구 덕에 맘 편히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 8호인 600년된 백송을 보러 왔다고 하니 정문에서 인적 사항을 적고 선선히 들어가도록 친절을 베푼다.
세월을 이고 번뇌마져 하얗게 비워낸 빈 가슴으로 고고하게 서 있는 백송 앞에 서니 겸허한 마음이 된다.
고귀한 자태가 절로 몸을 삼가게 한다.
철쭉이 흐드러지게 핀 후원에는 윤보선 대통령 저택의 높이 솟은 기와집 처마가 담과 맞닿아 이룬 고풍스런 모습이 멋스런 소나무와 어울어져 아늑하고 편안하다.
쉴 수 있는 벤취가 넉넉해서 커피 한 잔 하기에는 딱 좋은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야외 카페였다.
도심에서 이렇게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공짜로 누릴 수 있다니 주밀하게 가이드하는 친구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헌법 재판소를 나와 건너편 한식 문화 공간 이움을 돌아보며 우리 음식에 대한 여러 지식과 정보를 얻는 시간도 유익했다.
호박 식혜 한 잔씩 마시며 마른 목을 축이고 재동 초등학교를 지나 계동 쪽 거리를 어슬렁 거리며
시간을 가둔다.
구석 구석 아깃자깃 눈길을 끄는 개성적인 상점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공간들이 많이 있다.
한나절 돌아보기에는 시간이 짧다.
신.구가 한 곳에서 숨쉬는 정겨운 북촌의 거리를 걸으며 우리 것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한국적인 전통의 고유한 특별함 위에 새로운 것이 접목될 때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더 인상적이고 사랑받는 거리가 되리라 확신한다.
오십년 넘는세월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함께 해온 벗들!
언제 만나도 푸근함이 있고 만남 자체가 힐링이 된다. 오미크론을 이겨내고 벗들과 함께한 모처럼의 북촌 나들이!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많이 깔깔 거리며 그 옛날 대학 시절로 돌아가 회춘을 느끼는 편안한 만남이 따사롭고 행복했다.
날이 갈수록 더 곱게 익어가는 묵은 인연이 소중하게 가슴에 얹힌다.
서로 있음에 눈물날 만큼 고맙고 감사가 넘치는 하루.
봄 햇살도 웃으며 등 뒤를 쫄래쫄래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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