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나와의 데이트

조은미시인 2022. 4. 29. 22:48















나와의 데이트

며칠 여름 못지않게 덥기까지 하던 날씨가 어째 스산하니 바람도 있고 찬기마저 느껴진다.
모처럼 약속이 없어 한가하다.
적당히 멜랑꼴리 하고 약간은 우울이 들어차는 이런 날은 혼자 놀기 딱 좋은 날이다.
그새 더부룩한 머리에 힘을 주러 미용실에 먼저 들리기로 한다.
여러 해 단골로 다니다보니 나보다 더 내 머리를 잘 아는 원장님께서 아무 소리 않해도 알아서 척척 만져주시니 얼마나 편하고 고마운지!
오늘도 더워지는 계절에 맞춰 뒤를 상큼하게 커트하고 볼륨을 업시켜 산뜻하게 변신시켜 주신다.
약간은 블링블링해진 화사함이 몇 년은 젊어 보여 마음에 든다. 감사 인사를 뒤로 하고 미용실을 나선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마음 편히 혼밥을 하기에 적당한 음식점을 찾는다. 광진 경찰서 조금 지나 큰 길 2층에 "영화 속의 김밥 이야기" 라는 재미있는 간판이 눈에 띄어 올라가 본다.
제법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가 나는 멋진 곳이다.
주문도 전자 시스템으로 현대화 되어 있어 셀프 주문을 한 후 거리가 훤히 내다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는다. 스텐드바같은 분위기가 나는 높은 의자에 우아하게 앉아 고즈녁히 창밖을 내다본다.
와우, 세상에나!
흰 눈이 내려앉은 듯 하얀 이팝 꽃이 흐드러진 가로수가 바람에 출렁이고 있다. 너울 거리는 잔잔한 꽃파도에 한껏 낭만에 젖는다.
그렇게 그 거리를 여러번 다녔어도 가로수가 이팝 나무라는 사실을 꽃을 보고서야 오늘 처음 알았다.
로봇이 내 자리까지 김밥과 따끈한 어묵 우동을 배달해준다.
고기 김밥 3500원에 어묵우동 5500원 메뉴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이런 좋은 맛집을 만나다니!
오늘 나와의 혼자 데이트는 생각 밖의 대박이다.
점심 후 커피는 기본으로 마셔줘야 하지 않을까?
길 건너 요거 프레쏘라는 카페가 눈길을 끈다.
한산한 카페에 들어가 black bean latte 한 잔 주문하고 느늣하게 나와 마주 앉는다.
분주했던 시간들이 옆에 따라와 앉는다.
그간 Sns에 올렸던 글들을 읽어본다.
지나간 내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늘 감사하며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했던 지난 삶에 수고하고 애썼다고 스스로에게 칭찬과 박수를 보낸다.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늘 정성스레 내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과 격려를 보내주시는 소중한 분들께 감사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
보내주시는 응원이 사는데 참 힘이 되고 활력이 된다.
이 자리를 빌어 Sns 벗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 드린다.
보이지는 않지만 글을 통해 인격과 인격이 만나는 소통은 인간 부재의 현대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순기능이 많은 것 같다.
때로 악플러들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에 오르 내리는 것을 볼 때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름다운 소통으로 좀 더 따뜻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대화의 장이 되길 소망한다.

아침마다 내 삶의 고백을 정성스레 가까운 지인들께 카톡으로 배달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이름을 누를 때마다 이름을 되뇌이며 소중한 인연을 사랑으로 묶는다.
내 나름 가슴을 나누는 사랑의 실천법이다.
아침마다 소통은 서로를 가까이 묶는 끈이 된다.
날마다 찬밥으로 내놓지 않고 아침밥 열심히 챙겨 드셔주시는 많은 지인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며칠 읽지 못하고 지나치는 분들은 바쁘신데 방해하나 싶어 배달 목록에서 지우게 된다.
카톡에서 밀리면 어느새 가슴에서도 잊히게 된다.
누군가에게 늘 따사로운 온기로 서고 싶다.
그래서 나를 떠올릴 때면 빈 가슴이 따뜻하게 녹는 작은 위로자로 남고 싶다.
한껏 나를 대접한 오늘!
참으로 지금까지 잘 살아줘서 고맙고 감사하다.
아직 남은 날들도 지금처럼 건강하고 따사롭게 살아가기를 부탁한다.
조 은 미! 네가 나여서 고맙고 행복한 날. 사랑해 아주 많이. 오늘도 동그라미로 마감하는 하루!
늘 좋은 것으로 채워주시는 그분의 손길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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