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아침에 눈뜨면 CGN TV로 새벽 예배를 드리며 말씀으로 충만하게 시작하는 하루는 늘 에너지가 넘친다.
오늘도 거의 1년 가까이 만나지 못 했던 여고 동창들을 만나는 날이라 괜스레 아침부터 설렌다.
거리 두기가 해제된 후 여기 저기서 보고싶다는 전화가 봇물을 이룬다.
날마다 만날 사람이 있고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귀한 축복인가?
보고픈 마음이 먼저 달려 약속 시간 보다 한참이나 앞서 고속 터미널 약속 장소에 닿는다.
길가 아파트 정원의 흐드러진 철쭉이 먼저 나서 반긴다.
식당은 11시 30분이나 되어야 입장이 된다니 시간도 때울 겸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자투리 시간을 근처 터미널 지하 상가인 Go to mall에 들려 아이쇼핑을 하며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집에서 입기에 편안한 옷들이 질도 좋으면서 어찌 그리 싼지! 시중가보다 2~30%는 싼 가격에 소소하게 필요했던 물건들을 사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코로나가 빼앗아간 일상들!
너무 오래 보고싶은 걸 참고 살았다.
약속 시간이 되니 저마다 꾸러미 하나씩 들고 들어오는 낯익은 얼굴들! 순간 반가워 눈물이 핑돈다.
너 남 없이 같은 마음으로 서둘러 나온 걸 보면 그간 어지간히 정이 고팠던가 보다. 마주 잡는 손 끝에 힘이 느껴지고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활기가 도는 상기된 목소리는 점점 톤이 높아진다.
다들 건강한 모습이라 대견하고 고맙다.
묵은 수다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말하고 싶어서 그동안 어찌들 참고 살았나 싶다.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누구 하나 뾰족한 사람 없이 서로 배려하며 참 올곧게 살아온 친구들 ! 60 년 가까이 만나오면서도 눈 싸움 한 번 안하고 한결같이 지내오는 소중한 벗들이다.
날이 갈수록 함께 함이 고맙고 감사하다.
결혼 7 년만에 외손녀를 보았다며 한턱 쏘겠다고 자진 신고하는 친구에게 진심으로 외할미 된 축하를 보내며 맛난 점심을 대접 받는다.점심 후 근처 찻집에서 2시간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찰진 정담을 주고 받고서야 그래도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을 안고 일어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우 한 분을 만나기 위해 중간 참을 한다.
아는 지인을 통해 직접 채취했다는 봄나물을 2 kg에 2만원을 주고 서로 나눔을 한다.
세상에 티끌 하나 없이 연한 순만 꺾은 산나물이 얼마나 싱싱하고 푸짐한지!
참으로 그 수고를 생각하면 앉아서 그 돈에 사먹는 것이 미안해진다.
나물과 곁들여 산에서 직접 도토리를 주워 만든 가루를 사서 쑤었다며 귀한 묵도 한 판 함께 싸서 들려준다.
농도도 알맞게 잘 맞춰 쑨 도토리묵을 양념 간장에 찍어 한 입 베어무니 야들야들한 식감이 혀끝
에 착착 감긴다.
그 넉넉한 마음이 얼마나 따뜻하고 고마운지!
봄 내음이 싱그러운 나물을 설설 끓는 물에 소금 조금 넣고 살짝 데쳐 냉동실에 갈무리 한다.
누구든 내 집을 찾는 손에게 봄을 선물할 기쁨에 젖는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산다는 건 얼마나 살 맛나게 하는지! 참으로 꽃보다 예쁜 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사로운 마음과 미소가 아닐까?
사랑이 머무는 순간들을 그대로 박제하여 가슴에 가둔다.
평상 온도를 넘어서는 심장의 온도를 느끼며 오늘도 감사함으로 두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