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더불어 사는 행복

조은미시인 2022. 6. 1. 23:30
















더불어 사는 행복
조 은 미

허리 때문에 한번 된통 혼나고 난 이후로 내 허리가 귀한 금쪽이 되어 조심조심 모셔가며 살게 된다.
시골 오면 옷 벗어놓기가 무섭게 잔디밭의 풀이며 잡초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느라 허리 돌볼 새가 없었는데 그래 너희들도 팔자대로 살거라 싶어 내버려두고 사랑스럽게 보자 마음먹고 보니 잔디 밭의 작은 잡초들도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쁜지!
이름 모를 풀꽃들이 눈송이 같은 작은 하얀 꽃을 달고 이제 해방된 민족으로 기를 펴고 눈웃음을 흘린다.
돗나물도 노란 별꽃을 달고 웃고 있고 토끼풀, 괭이풀도 납작 엎드렸다 고개를 든다.
그래 잔디 밭에 같이 더불어 산들 어떻겠니?
똑같이 푸르게 태어나 꽃까지 달고 있는데 그리 푸대접하며 나는 족족 뽑아버려 서로 각 세우고 팍팍하게 살거 뭐 있겠니?
요 몇달 성하다 가을 오고 겨울 오면 붙잡아도 스러질 터인데.
마음 하나 돌려 먹으니 이리 심신이 편안하다.
너그러워진 넉넉한 마음으로 모처럼 뒹굴거리며 한갖지게 쉬며 여유를 즐겨본다
울타리 장미도 조롱조롱 피고 모란이 피고난 자리에 작약이 붉은 열정을 토하며 온 뜨락을 제압하고 있다.
모두 그 당당한 위세에 눌려 기를 못펴고 숨죽이고 있다.
가물어도 너무 가문다.
주눅들어 늘어진 모양이 안스러워 호수로 물을 주며 응원을 보낸다.
적막이 내려 덮는 밤!
별빛을 등불 삼아 흔들 그네에 앉아 글을 쓰며 하루를 돌아본다.
점점히 뜬 별들만 달이 빈 하늘을 지키고 있다. 개구리 소리가 힘이 없는걸 보니 내일도 비오기는 틀렸나 보다.
농사짓는 분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낮에는 선거 참관인으로 알바이트 하고 일당을 벌었다며 초등학교 남자 동창이 한턱 쏜다고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몸도 아프다며 알바까지 한 돈으로 베푸는 따뜻한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오랜만에 느티나무 식당에 모여 반가운 해후를 하며 맛난 점심을 먹었다.
주인장인 동창이 찬이 빌 새 없이 넉넉히 챙겨주는 인정도 푸근하다.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 바람도 시원하게 살랑이고 정다운 정담도 익어간다.
뭐가뭐가 아름답다 해도 사람이 만나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 만큼 아름다운 일 있을까?

카톡으로 며칠 글이 안올라 온다며 어디 아픈 건 아니냐며 걱정스레 안부를 물어 주는 친구가 있어 고맙고 살갑게 전화를 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들려주는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다.

오늘이 지방 선거일이다.
늘 정치하는 분들에게는 실망이 크지만 모처럼 소상공인들 손실 보전금으로 몇 백만원씩 큰 돈이 지급되어 여기 저기서 얼굴 펴지는 즐거운 소리를 들으니 반갑다.
우리같은 평생 소비자는 일원 한 푼 받는 혜택이 없어 서운한 감은 있지만 내 세금이 조금이라도 힘든 분들에게 보탬이 되어 주니 그도 보람 있는 일이다.
전쟁으로 나라가 풍비박산되어 국민들이 살던 터전에서 내몰려 모든 삶이 일순간 송두리채 파탄이 나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 내 나라가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이번 선거 민심의 향방이 어디로 흐를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겨야 하듯 모쪼록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능력있는 지도자들이 뽑혀서 더불어 사는 것이 행복한 새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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