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 예총 문화기행 소묘
조 은 미
32~3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더위로 온 대지가 헉헉댄다.
오늘은 광진 예총 주최로 문화기행을 가는 날이다.
경동대학의 여강 문학관과 뮤지엄 San을 둘러보고 오는 코스이다.
코로나 여파로 근 2년만에 갖는 행사여서 그런지 더위에도 아랑곳 없이 버스 2대가 꽉 차도록 신청자가 많아 대성황을 이뤘다.
신임 김경호 광진 구청장께서 직접 배웅 인사까지 나와주셨다.
광진 예총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한다.
광진구의 명실공히 대표적 예술 단체로 대접을 해주는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했다.
8시 30분 정각에 출발하기로 한 버스가 약속 시간 20분이 지나도록 떠나지 못하고 있다.
사작에서 불평이 터져나온다.
원로 한 분이 계속 오시는 중이라고 하시니 야박하게 떠날 수가 없어 기다리는 중 이란다.
빠듯한 일정과 회윈들의 성화에 못이겨 버스가 막 출발하려는데 다행히 헐레벌떡 뛰어오시는 모습이 보여 함께 출발할 수 있었다.
많이 미안해 하고 민망해 하신다.
부인께서 10여 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계신데 낮에 간병인이 다녀가고 나면 그 이후는 손수 혼자 환자를 돌보신단다.
이렇게 바깥 출입을 하시는 때는 따님이 대신 와서 돌봐 준다고 하신다.
딸이 와 서둘러 집을 나서려는데 문이 열린 잠깐 사이 아내분이 현관을 나갔는지 안보여 사방 찾다가 간신히 길에서 찾아 집에 모셔놓고 오느라 이리 늦었다며 사과를 하신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콧등이 시큰거리고 얼마나 가슴이 뭉클하던지!
잠깐 동안의 불평이 외려 죄송해질만큼 진한 연민과 감동이 인다.
떠나지 않고 기다려드리기를 정말 잘 했다 싶다.
광진 문협의 회장을 지내시고 교원대학 학장을 역임하셨던 원용문 시조 시인의 호를 따서 지은 여강 문학관이 양주시의 경동대학교 캠퍼스 내에 지난 3월 개관 했다.
경동대는 졸업생들 취업율 1위로 부상하고 있는 신진 대학이다.
지역 유명 문인을 찾아내어 지역 문화의 메카로 발전 시키고 대학 성장을 도모하는 획기적인 방안의 일환으로 문막 출신이신 원용문 교수님을 선정하여 문학관을 지은 것은 개인의 영광일 뿐만 아니라 문학계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생존해 계시는 분의 문학관이 자비가 아닌 대학 자체적으로 건립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리 훌륭하신 업적을 가지신 분이 가까이 같은 문학회에서 활동하고 계신다는 것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덕분에 우리 어깨도 으쑥해진다.
후배된 우리가 앞으로 더욱 교수님을 귀하게 대접해드리는 것이 살아가는 도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진심으로 다시 한 번 문학관 건립을 축하드린다.
문학관을 돌아본 후 쏘가리 매운탕으로 맛난 점심을 먹었다.
이열치열 이라고 뜨끈한 국물에 땀을 흘리며 먹는 매운탕 맛이 얼마나 맛나던지!
입이 호사하니 더 없이 행복해진다.
점심 식사 후 원주의 오크밸리 2길 260에 위치한 Museum SAN(Space Art Nature)을 방문했다.
뮤지엄 San은 한솔 제지 재단에서 만든 복합 문화 공간이다.
산 속에 일본의 콘크리트 건축의 대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하고 '제임스 터렐'이 건축하여 2013년 5월 개관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은 자연 속에서 건축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 자체가 예술인 공간이다.
주차장에서 내려 걸어가면 웰컴 센터, 플라워 가든, 워터 가든, 뮤지엄 본관, 명상관등을 지나 제임스 터렐관으로 이어진다. 웅장한 본관은 사각, 삼각, 원형의 아름다운 공간들로 연결되어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물 위에 세워진 듯한 자연 친화적인 웅장한 건축물의 규모에 압도된다.
콘크리트 건물의 삭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신비한 아름다움이 가슴을 따뜻하고 부드럽고 낭만적으로 만든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 다 둘러보지 못하고 야외 가든, 종이 박물관, 미술관을 둘러보는 기본권을 끊어 1 시간여 관람했다.
제임스 터넬관까지 모두 관람하려면 2 시간여는 족히 걸린다.
입장료도 만만치 않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푸른 잔디 밭에 세워진 멋진 조형물과 패랭이 꽃으로 가득찬 야외 가든을 지나 다리로 이어진 종이 박물관에서는 종이의 기원과 만드는 방법등 유익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미술관에는 익히 알고있는 이중섭, 김기창 화백의 그림들도 전시되어 있어 반가웠다
넓은 공간에 시원하게 전시된 작품들을 여유있게 볼 수 있어 좋았다.
백낙준 전시관도 인상적이었다.
모두 골고루 둘러보려면 하루 날 잡고 조용히 와서 쉬엄쉬엄 여유를 갖고 돌아보면 좋겠다.
제임스 터넬관을 못보고 온 것이 아쉽기는 했다.
자연과 예술의 조화로움 안에 천천히 곱씹으며 사색하고 여유를 즐기면서 관람하면 멋진 낭만과 함께 하는 최고의 힐링이 될 것 같다.
한 바퀴 둘러보고 카페에서 냉커피 한 잔 마시며 나누는 환담 안에 문우의 정이 익어간다.
햇빛에 반사된 물 속에 산들이 들어와 산다.
수국이 만개한 아름다운 테라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맛이 환상이다.
다음에 꼭 다시 한번 들려야겠다 다짐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그 자체가 삶의 의미가 된다.
서로 친하지 않았던 분들과의 교감이 또 다른 끈끈한 끈이 된다.
건물 안만 벗어나면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가 짜증스럽지 않은 것은
편안한 관계 안에 쉼이 있기 때문이리라.
같은 감성을 호흡하며 예술 안에 하나로 어우러져 즐거웠던 하루!
일정을 마치고 서울에 내려 뒷풀이 저녁을 먹노라니 참았던 소낙비가 스콜처럼 퍼붓는다.
느긋하게 달달한 마무리를 한다.
어디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사를 위해 애쓰신 분들의 수고가 있었기에 이리 행복한 시간을 누림에 감사한다.
회장님 이하 사무국 임원 여러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광진구 예술의 잣대가 우리들 스스로의 품격에 달렸다 생각하니 많은 사회적인 책임감이 느껴진다.
더욱 정진하여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늘 하루도 내 옆에 머물렀던 분들에게 나는 어떤 향기로 남았을까?
늘 긍정적이고 솔직하고 밝은 모습으로 삶의 에너지가 되었으면 한다.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틈새를 만들며 내 안에 또 하나 행복을 덧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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