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폭행
조 은 미
순식간에 떼거지로 달려들어 폭행하고 귀신 같이 사라져버린 녀석들.
새벽에 무방비로 저항도 못해보고 기습적으로 당한 일이라 악 소리 칠 새도 없었다.
종아리 팔뚝 안 당한 데가 없다.
되게 당한 입술 한 방이 벌써 밤탱이가 되어 부어 오른다.
어젯밤 숙면하고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창문을 여니 뽀얀 물안개가 피어올라 어렴풋이 산을 가리는 선경이 펼쳐진다.
동화 속 몽환이 피어오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도 된듯 입은 채로 뜨락에 내려선다.
새벽 공기가 상쾌하다.
신선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여 마셨다 내 쉰다.
온 몸의 찌꺼기가 함께 딸려 올라온다.
정원의 나무들에게 아침 문안을 한다.
그만해도 중복이 지나 풀의 기세도 한풀 꺾였는지 지난 주 한판 전쟁을 치르고 간 뒤끝이 아직은 얌전하다.
미쳐 손이 못간 뒤뜰의 화단은 풀이 뒤엉켜 난장판을 이루고 있다.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옆에 뒹굴던 목장갑 하나 짝맞춰 끼고 겁도 없이 입은 채로 방심하고 덤벼들었던게 화근이었다.
새벽잠 깨운 분풀이로 풀속에서 안식을 취하던 물 것들이 총공격을 해대니 고스란히 당할 수 밖에.
멀쩡한 보금자리 헐어대는 적을 아무리 미물인들 분기탱천하여 일어서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와중에 내 입술까지 훔친 녀석은 정말 눈설미 있는 녀석인가 보다.
평소 웃는 모습이 예쁘다고 입술 칭찬을 많이 들었는데 완전 내 매력포인트를 공격하다니!
준비 없이 달려들었다 여지 없이 대패를 당하고 때 늦은 후회를 한다.
혼비 백산하여 도망치며 얼른 남겨진 흔적들을 찬물로 씻어내린다.
잠깐 사이 물어뜯긴 자국들이 불긋불긋한 게 가렵다.
거울에 비춰 보니 점점 부어오르는 입술이 가관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옛 선조들의 지혜가 빈말이 아님을 깨닫는다.
쉬운 일도 한 번쯤 다시 점검해보고 시작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늘 남의 말에 귀가 여린 인정 탓에 결정이 빨라 때로 후회할 때가
많이 있다.
당연한 듯 보이는 일에도 이 경우 저 경우 따져보고 계획적으로 일의 순서를 정해야 실수가 적다.
풀 뽑을 땐 모기약을 먼저 풀에 뿌리고 긴 바지 긴 소매로 무장하고 몸에도 해충을 쫓는 로션을 바르고 시작할 일이다.
언제나 믿거라하고 방심하는 데서 사고가 난다.
신중하지 못했던 부주의로 며칠 고생하게 생겼다.
방심이 큰 일을 불러오지 않도록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차제에 주변을 돌아보며 단도리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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