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 용의 출현" 영화 리뷰
조 은 미
무더위와 시나브로 이어지는 장마에 불쾌지수가 극을 치닫고 있다. 여당 모 정치인의 시답지 않은 휴대폰 문자 유출 사건으로 연일 온통 나라 안이 시끄러워 더 짜증스럽다.
말은 말을 낳고 같은 편끼리 권력다툼의 감정적 대립은 큰 이슈 없는 불화의 골만 깊어간다.
보는 것도 피로감이 쌓인다.
상대 진영은 굴러들어온 사냥감을 놓치지 않으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어디를 봐도 공익은 허울 뿐이다.
의는 사라지고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좀비들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도토리 키재기 싸움박질만 난무한다.
국민들의 눈높이와는 너무도 거리가 있는 정치적 현실에 희망이 없어 보인다.
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 치고 시원한 뉴스가 그리운 때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 " 개봉은 참으로 모든 우울을 한꺼번에 날려버리고 자존감을 한껏 세워주는 멋진 영화였다.
개봉 5일째 벌써 200만 관객을 돌파하고 90여개 국에 선 수출 되었다니 곧 한류의 파도가 몰아치는 대박을 예감하며 기대감으로 고무된다.
"한산, 용의 출현"은 임진왜란, 정유재란 2차례의 왜란 중 한산도 대첩에 초첨을 맞추어 특별히 이순신 장군의 지략적인 모습을 조명하여 재해석한 영화이다.
1592년 5월 29일 사천 전투에서 적탄을 맞고 몸도 채 쾌차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년 7월 8일 견내량에 진치고 있던 와키자카 함대를 한산도 앞 바다로 유인해 학익진 진법으로 왜선 73척을 59 척의 배로 대파하여 임진 왜란 중 최초로 혁혁한 전승을 기록한 한산도 대첩을 어찌 그리 실감나고 현실감 있게 묘사했는지!
그 스케일과 촬영 기법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모든 스트레스가 다 날라갈 만큼 신나고 벅차고 감동이 있었다.
승전한 역사적 사실을 다 알고 보는 영화인데도 손에 땀을 쥐며 보게 되는 스릴감이 영화에 몰입하게 하고 왜선이 시원하게 부서져 나가는 장면은 박수라도 칠만큼 신명났다.
1592년 4월 15만 대군으로 침입한 왜군은 파죽지세를 몰아 부산,서울, 평양까지 함락 시켰다.
이이의 십민 양병설을 묵살하고 정쟁에만 골몰하였던 조정에서는 선조 임금이 급기야 의주까지 피난을 가는 그야말로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았던 시기에 전라도 좌수사 이순신의 출현은 조선의 운명을 바꿔놓은 하늘의 은총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수군은 전투마다 승리하여 왜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인품이 너그러워 휘하 장병들과 백성들에게도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이순신 장군을 평소 흠모하고 있었기에 장면장면이 더 감동으로 다가왔다.
영웅이 그리운 때 속을 시원케 해주는 용맹과 지략를 겸비한 장군의 모습을 대하며 얼마나 가슴이 벅찼는지!
이순신 역의 박해일, 와키자카 역의 변요한, 어영담 역의 안성기, 원균역의 손현주, 거북선 건조자 나대웅 역의 박지환등 배테랑 호화 배역들의 진지한 연기도 볼거리에 한 몫을 더했다.
2번이나 다시 가서 볼만큼 근래 보기 드문 명작이었다.
영화 보고 나오는 뒤 끝이 그렇게 통쾌하고 시원할 수가 없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뿌듯한 행복감이 느껴졌다.
여름철 피서 치고 이만한 방편도 없으리라.
아 이순신! 그런 분이 우리 역사상에 존재하셨다는 사실 만으로도 우리는 축복 받은 민족이다.
그런 지도자를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지도자의 개인적인 역량도 있어야겠지만 우리 스스로가 믿어주고 격려해주고 밀어주면 그런 지도자를 만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일을 시작하는 대통령에게 그리 건건 깎아 내리고 흠집을 내서 우리가 얻는 이득이 무엇일까?
좀 기다려 주고 참아주고 힘을 모아주고 지켜볼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
아직 결과를 평가하기엔 너무 이른 감이 있다.
그냥 어떤 몰아가는 바람의 힘에 떠밀려 어쩐지 비판하고 반대해야지만 뭔가 소외되지 않는 안도감을 느끼는 듯한 선동적인 냄새가 난다.
나라 걱정을 하면 잠이 안온다.
한산을 보며 이순신 장군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진정한 의에 대하여 곱씹어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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