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조 은 미
때로 Sns 글벗을 통해 좋은 정보를 얻는다. '춘천 도립 화목원'을 다녀오신 분이 페북에 멋진 사진을 올렸다. 서울 가다 한번 들려보리라 마음 먹는다.
춘천은 시골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다. 네비게이션을 쳐보니 1시간 정도 걸린다.
몇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나름 다 사정이 있어 마땅히 동행할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언제나 내가 필요할 때 누군가 항상 내 옆에 있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나이 들어 외롭지 않으려면 혼자 잘 놀 줄 알아야 한다. 홀로 서기 위해서는 낯선 환경에 자주 노출 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다.
초행길이지만 혼자 가보기로 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조금 긴장이 되기는 했다.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치고 나선다. 길동무치고는 그럴 수 없이 친절하다. 미리 미리 알아서 안내해주니 그저 가라는대로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햇살도 따뜻하고 도로도 한산하다. 음악을 들으며 호젓이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바람이 부는지 노란 은행잎비가 우수수 떨어진다. 길가에 쌓였던 은행잎들이 소용돌이치며 기둥이 되어 치솟았다 흩어진다. 히공에서 맴을 돌며 구르는 은행잎의 군무가 환상적이다.. 낭만이 가슴에 찬다. 가을의 포로가 되어 숨이 막힌다.
네비양과 동행하며 드디어 도립 화목원에 도착했다.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마침 국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국화 조형물이 아름답다. 은은한 국화향에 취한다.
초록 잔디밭에 귀여운 동물 캐릭터가 반긴다.
울긋불긋 어우러진 단풍이 제 빛갈로 익어가고 있다. 만추를 인 가을 하늘이 유리 구슬처럼 처럼 맑고 투명하다.
중앙에는 산림 박물관이 있었다. 진기한 곤충과 나비 표본들이 볼만했다. 나뭇잎 화석들도 신기했다.
열대 식물이 자라는 사계 식물원, 검은 대나무의 기품이 살아 있는 오죽헌, 놀이터가 있는 어린이 정원도 꾸며져 있다.
코코넛 매트가 깔린 고즈녁한 숲길을 산책하며 메타세꽈이아 숲길과 수생 식물원을 한바퀴 돌아 나온다.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청아하다.
은발의 억새도 눈요기에 한 몫 거들고 오랫만에 보는 물레방아도 정겹다.
걷기도 편안하고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다. 볼거리도 많고 아이들이 같이 걷기도 좋은 휴식 공간이다.
혼자라도 와보기를 잘 한 것 같다. 네비게이션 덕분이다.
어느새 저녁 놀이 붉다. 둥근 해를 마주하고 돌아온다. 큰 일이나 하고 오는 것처럼 뿌듯하다. 돌아오는 길은 늘상 다니던 경춘 고속도로로 안내한다. 익숙한 길이라 한결 느긋하고 편안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 네비게이션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 인생길도 이렇게 든든한 안내자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그런 분을 모시고 살기에 늘 담대함으로 기쁘게 살아간다. 네비게이션 덕분에 혼자 하는 여행도 외릅지 않고 자신감이 생긴다.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오래 함께 해야할 소중한 벗이다. 네비게이션과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나의 지경이 더 넓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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