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것들에 감사하며
조 은 미
짙어가는 가을 빛이 너무 아름다와 괜스리 서러워진다.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 빛 하늘도, 샛노랗게 물든 은행잎도, 울긋불긋 물들어 가는 단풍잎도,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도, 한잎 두잎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도, 한 줄기 빨갛게 남아 울타리 지키는 장미도 어찌 그리 이름다운지! 그 속에 서면 까닭없이 그리워지는 것들로 인해 가슴이 비어오고 애닯아 진다. 짧아 지는 해에 마음이 바빠지고 일 없이 서성거려진다. 따사로움이 고파지는 계절이다. 작은 볕에도 마음이 머문다.
아침에 글줄을 잡다보면 때를 놓치기 일쑤다. 오늘도 몇 번씩 퇴고를 하다보니 제누리 때가 되었다. 배꼽 시계는 정확하게 신호를 보낸다. 마침 은행 볼일도 있고 캘리그라피와 하모니카 수업이 있는 날이라 서둘러 나선다. 보증 보험 접수차 은행에 먼저 들렸다. 창구 직윈이 얼마나 친절하던지. 마음이 따뜻해진다.
시장기를 해결하러 시장에 들어선다. 시장은 언제나 삶의 활기가 넘치고 사람 냄새가 느껴져 정겹다. 필요한 물건을 카트에 담아 간단히 계산하고 나오는 대형 마트의 편리함을 흥정도 하고, 깎아도 주고, 덤도 얹어 주고, 단골이 되어 반가운 인사도 주고 받고 하는 시장에서 물건 사는 재미에 비할까.
집 가까이 신성 시장이 있다. 오래된 근방에서는 제법 큰 재래 시장이다. 시장 안에는 고추 방앗간, 참기름집, 떡집, 전 집, 그릇가게, 신발가게, 이불가게, 반찬가게, 손칼국수 집 , 돼지 머리 파는 집, 두부집, 어물전, 야채노점상등 필요한 가게는 다 모여 있다. 일 없이도 시장에 오는 걸 좋아한다. 그냥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시장에 오면 늘 훈훈한 인간미가 느껴지고 넘치는 삶의 활기로 힘을 얻게 된다.
시장 안의 한식 뷔페 식당에는 갓 만든 반찬이 먹음직 스럽게 놓여있다. 싸고 맛있어 자주 들리는 곳이다. 잡채, 콩나물, 무나물, 시금치 , 씨레기나물, 호박볶음. 두부조림, 콩자반, 마늘 쫑 볶음, 고사리, 도라지 무침, 감자 볶음, 가지 나물, 고추지 , 고등어 조림, 상추, 돼지 불고기, 물김치, 깍뚜기, 어묵 볶음 , 도토리묵 무침, 국수, 우뭇가사리 무침, 부추전 , 호박죽, 된장국 까지 줄잡아 스물 댓가지도 넘는 반찬들이 하나 같이 맛있다. 7000원에 이런 진수 성찬을 마음놓고 먹다니 미안한 마음 마져 든다. 이러고도 남는 것이 있을까 싶다. 이 많은 걸 집에서 만든다면 가능키나 한 일일까? 반찬 좀 만들려고 시장 봐다 놓으면 혼자 입에 버리는 것이 더 많은 나같은 사람에겐 더없이 고마운 곳이다. 배가 부르니 마음도 넉넉해 진다.
새로 배우기 시작한 캘리그라피는 얼마나 재미있는지. 선생님께서 너무 자상하고 친절해서 미안할 지경이다. 참으로 감사하다. 가로, 세로, 사선등 선 긋기는 모든 획의 기본이다. 한 줄 한 줄 호흡을 가다듬으며 심혈을 기울여 긋는다. 집중하다 보면 마음도 안정되고 고요해진다. 그대로 열심히 따라하다 보면 곧 예쁜 글씨도 쓰게 되리라는 기대에 부푼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신명이 난다.
뒤 이어 하모니카 수업이다. 아무 것도 모르다 이제 제법 연주 초청을 받을 만큼 실력이 늘었다. 최선을 다해 가르쳐 주신 선생님 덕분이다. 그렇게 재미있고 열성적으로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있을까 싶다.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인간성에 매료 되어 하모니카 배우는 시간이 즐겁다. 수업 후 동호인들과 갖는 티타임 시간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젠틀하신 회장님이 차 값은 늘 도맡아 쏘신다. 넉넉한 인정에 더불어 행복하다. 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돌아 오는 길에 독감 예방 주시를 맞으러 단골 내과에 들렸다. 체크해야 할 곳은 알아서 먼저 친절하게 돌봐주신다. 고맙고 감사하다. 1층 약국의 약사님도 더없이 친절하게 대해준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보면 절로 미소가 나온다. 생업으로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런 분들 덕분에 우리는 얼마나 편리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오늘 따라 주변의 따사로움에 눈길이 머문다. 친절하고 따뜻한 분들로 인해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주신 축복을 헤어 보며 감사한다. 감사는 감사를 낳는다. 감사로 인해 따사로움으로 채워지는 셀리의 법칙을 경험한다. 하늘을 본다. 맑고 푸르다. 가슴에 하늘을 담는다. 내 마음도 하늘을 닮아 맑고 푸른 가을 빛으로 물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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