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조 은 미
어느새 임인년도 막바지로 치닫는다.
12월은 한 해가 다 가는 아쉬움도 있지만 축제같은 화사함과 새해를 기다리는 설레임이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나누고 싶은 계절이다. 여기저기 송년 모임이 많이 잡혀있다. 오늘도 초등학교 동창 송년회, 계간문예연주동우회 송년회, 광진예총 송년회등 꼭 가봐야할 자리가 3군데나 된다.
빨간 코트에 까만 모자, 마스크까지 빨간색으로 맞춰 쓰고 나선다.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난다. 시선을 끄는 과감한 복장이지만, 가끔 분위기 맞춰 옷을 파격적으로 입어보는 것도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언제 봐도 허물이 없는 초등학교 동창들과 반갑게 해후를 한다. 늘 푸근하고 따뜻하다. 이제 적다고 할 수 없는 나이들이다. 서로 늙어가는 모습 속에 나를 본다. 이렇게 건강하게 만날수 있음이 감사하다.
동창 중에 한 친구가 일주일에 몇 번씩 투석하며 오래 병석에서 고생하고 있단다. 그 친구를 위해 십시일반 마음을 모으기로 했다. 친구의 긴 투병 생활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점심만 얼른 먹고 계간문예연주동우회의 송년 모임으로 향한다. 단원은 11명이지만 하모니카, 플릇, 우크렐라, 리코더, 오카리나, 전자 호른등 다양한 악기가 모여 팀을 이룬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연습하고 우의를 다지고 있다. 주로 계간 문예 행사 때마다 연주를 도맡아 한다. 가끔 초청 연주 무대에 서기도 한다. 모두 시니어 들이지만 적극적이고 이 모임에 애착을 갖고 즐겁게 모인다.
오늘은 빨간 코트 입은 김에 산타 할머니가 되어본다. 단체 복으로 걸칠 예쁜 스카프를 사가지고 가 나눈다. 얼마나들 고마워 하는지. 작은 선물에 모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참 잘했다 싶어 흐믓해진다.
모임 중간에 서둘러 나와 광진 예총 송년회에 참석한다. 오래 못본 문우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빨간 코트를 입어서인지 젊어졌다고 한 마디씩 덕담을 건넨다. 빈 말인 줄 알면서도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다. 돈드는 일도 아닌데 좀 과한들 무슨 문제가 있으랴. 칭찬에 인색하지 말고 늘 남을 세워주는 일에 넉넉하게 마음을 쓰면서 살면 좋겠다.
리더에 따라 모임의 활기가 달라진다. 광진 예총 현 장은수회장의 탁월한 리더쉽으로 광진 예총의 위상이 높아지고 조직이 안정된 모습으로 해마다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광진구 의회와 구청에서도 내년에는 대폭 예산을 증액하여 예술단체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예술인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큰 격려가 될 것이다. 내년에는 더 활기찬 예술 활동이 기대된다.
집에 돌아 오니 택배 상자가 반긴다. 며칠 전 제주도에서 보낸 귤 답례로 며느리가 보낸 선물이다. 귀여운 크리스마스 트리가 들어 있었다. 건전지 스위치를 켜니 캐롤이 울리며 나무가 춤을 춘다. 웃음이 빵 터진다. 아이들처럼 무슨 장난감을 다 선물 했나 싶었는데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라는 며느리의 배려가 느껴져 고맙다.
선물은 사랑을 전하는 징검다리 이다. 서로를 향한 감사로 가슴을 따뜻하게 이어준다. 마음을 표시하는 것 만큼이 사랑의 크기이고 상대가 느끼는 것 만큼이 사랑의 무게이다 . 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가슴 속에 담아두고만 있으면 어찌 그 마음을 알 수 있을까? 가깝고 무람한 사이일수록 사랑을 표현하고 살자. 기념일이나 생일, 명절, 특별히 의미가 있는 날,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 받는다면 더 사랑이 돈독해 질 것이다.
반짝이며 춤추는 인형을 따라 캐롤을 불러본다. 크리스마스의 축복이 거실에 가득 차는 듯 하다. 며느리에게 사진과 함께 감사 메세지를 카톡으로 적어 보냈다. 이내 까르륵 거리며 며느리에게서 전화가 온다. "어머니 귤 너무 맛있어요. 앉은 자리서 열개나 까먹었어요"
" 그래? 얘도 너무 재미있다. 고마워. " 전화기를 타고 고부간의 웃음소리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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