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그 소중함에 대하여
조 은 미
제주에서 맞는 주일이었다. 쉬는 것이 일과지만 매일 나가 돌아다니는 것도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교회 다녀와서 만사 제쳐놓고 쉬기로 했다. 새벽부터 일어난 친구가 30여 분 넘게 혼자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늦게 예수를 믿었는데 늘 몸으로 사랑을 실천하며 산다. 평소에는 요양원을 방문해서 노인들을 돌보는 봉사를 하고 있다. 무연고 노인을 돌아가실 때까지 부모처럼 돌보기도 했다. 제주에 정양하러 와있는 중에도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 간식해 먹이며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사랑이 넘치는 삶이다.
내 몸 아플 때는 남편 하나 건사하는 것도 부담이다. 그 부담을 아는지 온전히 혼자만의 휴식을 누리도록 배려해서 일 년씩이나 부인을 제주도로 정양 보내고 떨어져 사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친구 남편도 멋진 분이다. SNS 메신저로 다시 연애하듯 안부를 주고받으며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며 사는 친구 부부의 모습도 감동이다. 그 덕분에 고관절 수술을 받고 불편하던 다리가 훨씬 건강해진 친구를 보면 안심이 된다. 친구 남편에게 더 없이 감사하다.
교회 승합차를 타고 친구가 다니는 동흥교회로 향했다. 골목골목 다니며 성도들을 태우는 덕에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덤으로 누렸다. 아담한 교회 분위기가 정겨웠다. 에베소서 5장 8절에서 21절 말씀을 바탕으로 ‘시간 관리는 인생 관리’를 제목으로 해주신 설교에서도 은혜를 받았다. 유한한 인생이기에 주어진 시간을 삶의 진정 소중한 것들을 위해 귀하게 쓰며 살아야 하리라.
예배드리고는 다 같이 모여 앉아 점심식사 교제를 나눴다. 대형교회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스러움이 넘쳤다. 누군가 헌물한 새 옷도 서로 나눴다. 나도 몇 가지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선물 받는 기쁨을 누렸다. 일주일 동안 세상에서 찌들었던 마음을 씻어내고 말씀으로 다시 새로워지는 축복과 평안을 경험했다.
집 가까이 있는 목욕탕에서 느긋하게 피로를 풀었다. 제주도 여인네들의 수다에도 정겨움이 느껴졌다. 마음도 몸도 온전한 쉼으로 새 힘을 얻었다. 하나님도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하시고 이레째 되는 날 안식하며 쉬셨다. 쉼이란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우선 멈춤이다. 한때 우리는 쉼을 상상할 수 없는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 우리 부모님들은 아침부터 늦게까지 허리 펼 새도 없이 열심히 일하셨다. 그 덕분에 젊은 세대들이 풍요를 누리고 산다. 세계 경제대국 8~9위를 넘보는 지금의 현실이 얼마나 격세지감인가?
오늘날은 쉼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시대다. 되돌릴 수 없는 소중한 인생이기에 어떻게 쉬느냐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다. 때로 의미 없는 쉼이 몸과 정신을 망치게 한다. 마약이나 술 먹는 것을 쉼으로 아는 무익함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험담을 안주 삼아 스트레스 푸는 수다 모임도 피해야 한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하는 진정한 쉼을 위해서는 자신을 내려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친구가 끓여주는 따끈한 우엉차 한 잔에 평화가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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