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사랑이 머무는 언저리, 그 따사로움

조은미시인 2022. 12. 6. 21:11

사랑이 머무는 언저리, 그 따사로움
조 은 미


4박 5일 제주 여행 일정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새벽 같이 월드컵 브라질, 한국 전 축구를 보느라 잠을 설쳤다.
비록 1대 4로 패하긴 했지만 강적을 맞아 투혼을 다해 싸운 선수들, 정말 순간 순간이 감동이었다. 국민들의 성원에 감사하며 기대에 못 미친 것을 미안해하는 손홍민 선수의 젖은듯한 목소리의 인터뷰를 들으며 뭉클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모처럼 국민 모두가 진영을 떠나 하나 되어 같은 마음으로 응원했으리라. 분열된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희망을 준 선수들의 수고에 참으로 감사한다. 전반전의 실점에 연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은 경기의 승패를 떠나 이긴 것이나 다름 없다. 자랑스런 선수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오전 10 시 50 분 비행기 시간에 맞춰 나가려고 서둘러 준비한다.아침 일찍 일어나 닭죽을 쑤어 아침을 먹여 보내는 친구의 정성에 가슴이 뭉클한다.꾸미 꾸미 준비했던 맛난 음식들을 한 가지씩 골고루 먹여 보내려 애쓰는 친구의 마음 씀이 친정 언니처럼 살갑다
한 달 살이 와있던 또 다른 친구의 호의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맞춤이라도 해놓은 듯 차까지 가져와서 덕분에 편안하게 호사하고 다녔다. 대학 때 서로 얼굴만 알고 지내던 사이였지만 며칠 같이 지내는 사이 오래 친하던 사이처럼 각별해졌다. 마음 한자락 열면 사랑은 절로
제 집 찾아오듯 찾아온다. 사랑이 머무는 자리는 늘 따사롭다. 버스를 배웅하는 친구를 두고 오는 마음이 서운하고 아쉽다. 모쪼록 더 건강해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며칠 떠나 있지 않았는데 먼 곳이나 다녀온 듯 김포 공항에 내리니 반가움이 앞선다. 근처 사는 친구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면 되느냐고 점심이나 먹고 가라고 우정 공항까지 마중 나와서 기다린다. 눈물날 만큼 고맙다. 맛난 회초밥에 커피까지 대접받는다. 따스한 우정에 감동으로 가슴이 젖어온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감동을 준 일이 있는가? 조건없이 사랑을 베푸는 일이 이리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일인 것을. 늘 주변에서 받는 사랑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깨우치게 된다. 받은 만큼 흘려보내며 살아가자 다짐해본다. 나이들어 가니 주변의 친구들이 더 없이 소중해진다.이 나이에 이렇게 사랑하며, 사랑 받는 기쁨을 누릴 시간인들 얼마나 남았을까 싶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며 살자. 이번 여행은 특별히 사랑이 머무는 따스함 속에 행복한 여행이 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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