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1원의 소중함

조은미시인 2022. 12. 11. 10:52

1윈의 소중함
조 은 미

남편 생전부터 몇십 년 만나오는 부부 동반 모임이 있다. 함께 일했던 부서의 직원들이 만나는 모임이다. 일주일에 2번 화요일, 목요일 일과 끝나고 술마시기 위해 만나던 화목회라는 모임이다. 일년에 한두 차례 가족 동반 야유회로 만나면서 서로 친해져 자연스레 정기 모임으로 발전했다.
그동안 부장님도 떠나고 남편도 간지 여러해 되었지만 여전히 끈끈하게 만나고 있다. 몇십 년 만나다 보니 식구처럼 편안하다. 이름처럼 늘 화목한 모임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당시 신입 사원이었던 막내도 60 줄이 넘어 유수한 회사의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혼자된 부장님 부인과 나를 형수님, 형수님 하며 끔직히들 챙겨준다. 남편과의 추억을 공유하며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모임이다. 부인들도 동서들처럼 편안하고 허물이 없다. 살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는 친동기간처럼 진심으로 조언해주어 늘 힘이 된다.

일로 얼킨 직장 사람들이 이리 오래 끈끈히 만나는 모임도 흔하지는 않다. 몇십 년 만나면서 회사나 상사에 대해 불평하는 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서로 인간적으로 마음을 터놓고 하나 되니 함께 근무하던 시절에 항상 즐겁게 일하던 남편 모습이 떠오른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서로 인정해주고
사랑과 정으로 얽혀 진심이 통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불평없이 해낼 수 있다. 오늘따라 늘 따뜻하게 챙겨 주던 부장님과 남편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꺼진다. 화기애애한 온기 속에 정담이 익어간다.
그간 코로나 때문에 오래 만나지 못했다. 오랜만에 만나니 더없이 반갑다. 묵은 수다로 회포를 풀며 즐거워한다.

아직 현직에 있는 막내 부부의 겉으로 티격태격 하는 듯 하면서도 서로 위하는 정스런 부부의 모습은 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오늘은 특별한 남편의 포인트 모으기 취미가 화제에 올라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각종 포인트 모으는 이벤트는 1원짜리까지도 놓치지 않고 참여한단다. 하루 100 원의 포인트가 쌓이는 만보기도 혹시 만보를 못 채웠을 때는 손으로 흔들어서라도 만보를 채운단다. 술을 먹고 와서 꾸벅 꾸벅 졸면서도 각종 포인트 채우기를 마치고서야 잠자리에 든단다. 지나칠 정도의 포인트 수집벽으로 인해 가끔 부부간에 다투기 까지 한다니, 그 불만도 이해가 된다. 본인 핸드폰 뿐만이 아니라 식구들 것까지 동원해 알뜰히 챙긴 포인트가 한달이면 5~6만원을 상회 한단다. 참으로 그의 끈기가 대단하단 생각이든다. 큰 회사 사장으로 있는 그의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 취미이긴 하지만 1원도 귀하게 여기는 그 성품은 회사 일 하는데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그간 방만 경영으로 재정이 어렵던 회사에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구석구석 낭비 요인들을 찾아내 개선해가고 있단다. 날로 회사의 재무구조가 정상화 되고 있다 한다. 회사에서 생산되는 제품 하나라도 사장부터 제 값을 주고 구매하는 모범을 보이니 사원들도 회사 물건을 내 것처럼 쉽게 사용하는 관행이 사라지고 있단다. 오늘도 선물용으로 구매한 자사 제품의 마스크를 한 보따리씩 선물로 안겨준다. 그의 정직과 성실은 어디서나 인정 받고 있다. 그러기에 은퇴할 나이가 지났지만 아직 초빙 받는 사장으로 현직을 지키고 있다.

100 여명 남짓한 직원을 거느린 사장이지만 이 모임에서는 늘 막내를 자처한다. 고기를 굽고 자르는 일을 도맡아 한다. 겸손하고 따뜻한 인간적인 모습에 절로 마음이 기운다. 오늘 모임의 경비를 어느 틈에 먼저 계산해서 우리를 또 한 번 즐겁게 한다.

자신의 생활 철학을 실천하며 사는사람을 만나면 늘 감동이 있다. 1원도 소중히 여기며 버려지는 포인트를 모아 목돈을 만드는 열정은
귀감이 될만하다. 그 열정은 비단 사소한 취미에서뿐만 아니라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그의 생활 철학으로 자리잡아 매사에 성실함으로 나타난다.
1초가 모여 1분이 되고, 1시간이 되고, 하루가 되고, 일생이 된다.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이 큰 일도 성실하게 해 낸다.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별난 취미긴 하지만 좀스럽다고 치부하고 웃어넘기기엔 중후한 울림이 있다 . 세상에 존재 이유가 없는 하찮은 것은 하나도 없다.
무심히 지나쳤던 하찮은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돌아 보게 된다. 배움은 늘 주변의 관계예서 온다. 푸근함을 안고 돌아 오는 골목길이 춥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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