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군고구마

조은미시인 2022. 12. 29. 08:40

군고구마
조 은 미

낮이 짧아져서 금방 어둠이 내린다. 글 몇 줄 쓰다보니 금방 저녁 때가 되었다. 점심을 잘 먹고 들어와서인지 저녁 생각이 별로 없다.
끼니를 거르기는 아쉬워 고구마 댓개를 에어 프리이어에 넣고 돌린다. 노릇노릇 구운 고구마에 동치미 한 대접이면 저녁으로 족하다.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속이 출출하다. 그러고 보니 엊저녁 고구마 돌려놓고 꺼내지 않은 생각이 난다. 별로 시장하지도 않고 다른 일에 몰두 하느라 깜박 잊고 그냥 잠자리에 들었었다.
아침밥 대신 먹어야겠다 싶어 꺼내니 이미 식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냥 버리기도 아까워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본다. 열기에 굳었던 속살이 부드러워지며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동치미 한 대접을 다 비우며 맛나게 먹었다. 코끝이 찡하게 시원하다. 고구마엔 역시 동치미가 제격이다.

입 속에 달달한 고구마를 씹으며 생각이 머문다. 살아가면서 때를 놓치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일런지! 성공한 사람들은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취한 사람들이다.
인생 여정에 해야하는 많은 일들이 주어진다.
시간을 잘 활용하면 맺어지는 열매가 크고 풍요로운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학생 때는 모름지기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 직장인들은 주어진 업무에 충실해야한다. 정치인들은 제 때 민생을 챙겨야 한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되돌아 오지 않는다.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할 때 개인은 물론 사회도 건강함을 잃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식은 군고마가 전자 레인지에서 다시 맛이 회복되듯 실패한 인생도 터닝 포인트가 될 정신적인 비상구가 필요하다. 그런 비상구의 역활을 하는 것이 신앙이 아닐까?
자신을 잘 다스리다가도 한계에 부딪히면 낙담해서 쓰러지게 된다. 절망의 늪에서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그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러나 실상 모든 것이 편안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 위기가 찿아온다.
편안함에 안주하면 삶에 대한 열정이 사라진다.식은 군고구마가 되기 십상이다. 무기력하고 삶에 대한 열심과 기대감이 사라져 무익한 쾌락에 몰입하기도 한다. 조금은 부족한 듯 사는 것이 삶에 활력소가 된다. 자신의 부족을 깨달으면 좀 더 겸손하게 주변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풍요롭고 편안한 것에 길들여진다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편할수록 인간적인 욕심이 고개를 들고 육욕은 영혼을 황폐케 한다.

전자레인지에 식은 군고구마를 돌리듯 매일 새벽 말씀 앞에 앉아 나를 무릎 꿇리지 않으면 가슴은 황량하고 영혼은 식은 군고구마로 변할 것이다. 영혼의 담금질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잘못을 뉘우치게 한다. 주어진 환경에 자족하고 감사 안에 머물게 한다. 믿음은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바꿔준다. 혼자라도 외롭지 않고 씩씩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아침마다 먹는 영의 양식 때문이리라. 오늘도 그 분이 나의 힘이며 능력임을 고백한다. 예수님 닮아가며 주어진 날들을 따끈한 군고구마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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