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러기의 변신
조 은 미
며칠 장마 끝에 해가 반짝 난다.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햇빛의 존재가 잠깐 자리를 비운 부재로 인해 더 없이 소중하고 고마운 생각이 든다. 뽀송한 아침 햇살에 찌뿌둥한 몸과 마음을 거풍 시키려 뜨락에 내려선다. 뺨에 닿는 바람이 상큼하다.신선한 아침 공기가 마음을 쇄락하게 한다. 며칠 전 가지치기한 정원의 나무들도 더 생기롭고 넉넉해보인다. 뜨거워지기 전 한 시간여 파크 골프 연습으로 땀을 흘리고 나니 시장기가 든다. 뭔가 입맛을 사로잡을 특별한 음식이 없을까?
냉장고를 열어보니 먹다 놓친 야채들이 손을 기다린다. 엊그제 지인이 손수 농사지어 보내준 햇감자도 찡긋 윙크를 보낸다.
솥뚜껑 운전수 몇 십년인데 재료만 있으면 뭔들 못해볼까?
한 번도 안해본 레시피에 창의적으로 도전해 본다는 건 상상 이상의 즐거움이 있다.
감자를 납작납작 동글게 썰고 가지, 양 파, 피망, 토마토, 당근, 양배추, 햄등 있는 것은 다 꺼내어 잘게 썰어둔다. 트레이에 피자 치즈를 밑에 깐 후 감자를 가지런히 얹고 소금, 후추를 살살 뿌려준다. 그 위에 썰어둔 야채를 토핑한 후 들기름을 살짝 둘러준다. 계란 세개를 풀어 섞은 후 소금 한 꼬집을 넣어 간을 한다. 다진 청양고추, 파, 고추가루를 한 술 넣어 고루 섞은 다음 야채가 토핑된 트레이에 붓고 오븐에 20분 정도 구워준다. 재료가 다 익으면 그 위에 피자치즈를 한 켜 더 얹어 녹을 때까지 가열한다. 노릇 노릇 익으면 트레이를 꺼내 토마토 케챱을 뿌려준다. 어떤 맛일까 자못 궁금하다. 감자를 쩌먹거나 볶아 먹는 것에 비해 이름하여 감자 피자는 색다른 맛이 있었다. 청양고추가 알싸하게 느끼한 맛을 잡아주니 나이든 우리 입맛에도 비쥬얼만큼 맛도 근사했다.
중독성이 있어 자꾸 손이 간다.야채 남은 부스러기를 알뜰히 정리할 수 있고 영양소를 골고루 한꺼번에 섭취할수 있어 간단한 아침 식사로 제격인 것 같다. 버려질 부스러기 야채도 목적에 맞게 쓰일 때 엎그레이드 된 식자재로 변신될 수 있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벌써 나이들었다고 포기하기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열정이 있는 한 우린 아직 청춘이다. 남은 내 삶의 부스러기들을 모아 늘 긍적적인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보고 감사의 소스로 토핑하여 입맛을 사로 잡는 맛있는 삶의 피자 한 판 만들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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