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 덥지만은 않은
조 은 미
우리나라 말에 '미치다' 라는 말이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여러 다른 뜻으로 쓰임을 알 수 있다. 정신에 이상이 생겨 본성을 잃게되는 것을 나타내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일에 몰두하거나 깊이 젖어드는 상태를 일컫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젊었을 때는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지 매사 딱히 좋을 것도 , 나쁠 것도 없는 회색 지대에서 엉거주춤한 자신을 발견한다. 나이가 들수록 희로애락의 감정이 무뎌져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주변의 것들에 무반응으로 점차 감정 곡선이 수평을 이루게 되면 사는 것이 재미 없어지고 단지 시간을 축내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게 된다.열정적으로 몰입해서 무엇인가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삶에 활기가 느껴진다. 내게 아직 열정을 쏟으며 행복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요즘 파크골프에 미쳐 대부분의 시간을 파크골프 연습에 활애하며 지낸다.
30도를 웃도는 폭염의 날씨에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더운 줄도 모르고 열심을 낸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여기저기 아프던 몸도 기세에 한풀 꺾여 보조를 맞춰준다. 허리 무릎 통증이 많이 줄었다. 일만 오육천 보 정도는 거뜬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다리가 건강해졌다.
모든 건 시간이 말해준다. 지금 당장 괄목할 만한 발전이 없다하더라도 연습하고 노력한 흔적이 오롯이 쌓여 어느 날 빛을 발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도 멋진 폼으로 스윙을 하며 늘어난 비거리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날도 오지않을까? 희망을 놓지않고 목표를 향해 매일 조금씩 다가가는 성취감은 삶을 생기롭게 한다.
파크 골프를 치며 제일 어려운 일은 힘을 빼는 일이다. 잘 쳐보려고 하다보면 긴장이 되고 어깨와 팔이 경직되어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내 힘으로 치면 멀리 나갈 것 같아도 절대 공은 내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목표를 조준한 후 스탠스 자세를 취한다. 힘을 빼고 눈이 공을 향하도록 하고 고개를 들지말고 부드럽게 채를 들어 올려 순간적인 반작용을 이용해 해드를 던지듯 공을 페이스 면 중앙에 정확히 타격을 해야 멀리 나간다. 운이 좋으면 홀인원을 할 수도 있다.
거리에 맞게 힘을 조절하고 방향을 정확히 조준하여 정타를 칠때 궂이 고개를 들고 눈으로 확인 하지않더라도 공은 내가 의도한 대로 비슷하게 굴러가 멈춘다.
우리 인생도 파크골프 공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내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최선을 다했을 때 결과를 예측할수 있는 정직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술수와 모략 보다는 정공법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가치관이 전도된 거꾸로 된 세상에서 닮고 싶은 롤 모델이 될만한 지도자가 없다는 건 차세대를 위해 심각한 불행이고 우울한 일이다. 갖은 편법으로 출세한 사람이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호도하며 추앙 받는 이상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일은 심신을 피곤하게 한다. 성실하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책임감 있게 열심히 살아온 정상적인 사람이 홀인원하는 기쁨을 누리며 대우받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우리 모두가 가치로운 일에 미쳐 신바람 나는 멋진 대한민국의 내일을 그려본다.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며 더위에 아랑곳 없이 기운차게 연습에 열중한다. 한 줄기 지나는 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식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