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전을 부치며
조 은 미
연일 비가 오락가락 한다. 이런 날 시간 보내기가 제일 어정쩡 하다. 잠깐 날이 개이는 듯 하여 파크 골프 연습장으로 향한다. 두어 바퀴나 돌았을까 갑자기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냥 맞고 싶을 만큼 보드랍고 차가운 감촉이 자못 매혹적이다.
감기들까 후환이 두려워 옷자락을 붙잡는 유혹을 뿌리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다.
친구가 올린 카톡에 눈길이 머문다. 미역전에 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맛 있단다. 여러 재료로 전을 부쳐보았지만 미역으로 전을 부친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 어떤 맛일까? 궁금증으로 당장 미역 몇줄기를 물에 담궈 불린다. 불린 미역 송송 썰고 양파, 당근 채쳐 넣고 빨간 청양고추 송송 썰어 부침가루 반죽에 부쳐보았다. 노릇노릇 구운 전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니 부드럽고 아삭 씹히는 야채 맛과 칼칼한 청양고추가 어울어져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특별하다. 오늘 같이 비오는 날 영양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하나씩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들이 한데 어울어져 조회로운 맛을 낸다. 주재료는 미역이지만 칼칼한 청양고추가 빠지면 맛이너무 밍밍할 것 같다. 당근의 색스러움이 시각적으로 더 맛깔스럽게 보이게 한다. 부재료가 있어서 주 재료가 더 빛난다.
세상에 모두가 주연만 있고 1등만 있다면 이 세상은 살벌하기 짝이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주연을 빛나게 하는 조연들이 있어야 조화롭고 평화로운 세상이 된다. 훌륭한 리더는 적재적소에 알맞는 사람들을 등용하여 서로 조화롭게 협력하여 하나로 세워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구심점을 향해 리더를 받쳐주는 조연들이 보이지 않는 현실 정치 상황이 안타깝다. 모두 후루루 섞어 번철에 둥근 보름달 하나 부쳐보는 날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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