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딱, 이 맛

조은미시인 2025. 2. 13. 20:15



딱 ,  이 맛
조 은 미

  12시가 조금  넘긴 시간이다. 어쩐지 좀 출출하다. 식당에서 혼밥을 하는 것이 취향은 아니지만 부지중 누구를 불러내기도 어줍잖아  혼자 들어가 앉는다. 날씨가 추울 때는 뜨끈한  국물 음식이 최고다.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주문했다. 설설 끓는 뚝배기에  먹음직스런 콩나물 국밥이 나왔다.  잔뜩 부푼 기대로 한 수저 입에  떠넣었다.고개가 갸우뚱 거려진다. 뭔가 2% 부족한  맛이다. 새우젓  한 술 넣으면 제 맛이 날텐데. 식탁의   새우젓을 조금  넣고  다시 먹어 보았다.
입에 딱 붙는다. 바로 이 맛이$다. 새우젓의 짠 맛은 소금의 짠맛과는 완연히 구분된다. 숙성하여 익은 깊은 맛이  배어 있는  은근한 짠맛이다. 콩나물 국밥과 어우러지면  환상적인 맛의 궁합을 이룬다. 다른 어떤 것으로  대치 될 수 없는 감칠 맛나는 간간함이다.  

  사람도 새우젓처럼 감칠 맛나게 간간하여 꼭 그자리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있다.  
그녀는 키도 아담사이즈에 손도 재고 매사 부지런하다. 파크 크럽 총무로 온갖 궂은 일을 시원스럽게 해낸다. 몇 라운드 운동이 끝나면 어느새 따끈한 물을 끓여  커피를 타서 내온다. 야단스럽게 호들갑 스럽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상냥함과 푸근함이 있다. 꼭 그자리에 있어야될 사람이다.

  오늘도 장돌  파크장에서는 걸판진 잔치가 벌어졌다.
찰밥에 보름나물,떡볶이, 순대, 김치전 반죽 까지 푸짐히 싸온  손길들이 고맙다.  덕분에 입이 호사한다.
번철에  김치전을 부친다.  둥근 보름달이 익어간다.  둥글게 모여 앉은  가슴에도  보름달이 들어와 찬다.
주거니 받거니 오가는 먹걸리 잔에 배꼽이 떨어져 떠다닌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  이렇듯 즐겁고 유쾌할 수 있을까?  
  
  암 치료차 내려와 사는 분들이 여럿 있다.
이곳에  와  파크 골프를 만난 후 암하고 빠이 빠이 신고식 마치고  막걸리 친구  삼아 세월을  낚고 살아간다.
뗙볶이와 순대의  궁합이 이리 좋을수가!
따끈한 김치전도 입에서 녹는다.  사람 사는 재미  그래  딱, 이맛이야. 어느새  해가 서산으로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