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도 엄마를 닮아가나 봐 /조 은 미
뜯지도 않은 밀가루 봉지 하나
허리가 묶어진 북어 10마리가 화단 모퉁이에 누워있고
흙도 안 묻힌 새 슬리퍼 한 켤레도 숨죽이고 있다
누가 버렸을까?
아하,스치는 낯익은 얼굴 하나
하늘에 죄를 짓는 것 같아 고개를 들 수가 없어
북어를 집어 드는 손가락 끝이 떨린다
마늘 파 다지고
고추장 설탕 참기름에 조물조물 무쳐
프라이팬에 지져대도
갖은 양념 한 입 문 북어는 말이 없다
어디서 났니 이 북어?
참 맛나다
아이같은 엄마의 천진한 눈빛 앞에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추스르지 못할 때
솔솔 무언가 타는 냄새
옥수수 삶다 솥까지 까맣게 태워버리다니
나도 점점 엄마를 닮아 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