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작시

고추지

조은미시인 2016. 10. 17. 16:07

 

 

고추지

조 은 미

 

이웃집 고추밭 홍치마 단장하고

시집 간지 언젠데

늦깎이 선머슴 처럼

아직 초록 도포 뽀송한 볼

찬 서리 시린 마음 처녀 귀신 면해 줄까

 

간장 설탕 식초 오롯이 섞어

열탕에 펄펄 끓여 한소끔

짠맛 신맛 단맛 오묘한 조화 속

설익은 몸 고루 인생의 맛 배어 들면

어화둥둥 홍차마 입고 시집간게 대수랴

 

사람 입은 다 한가지

햅쌀 밥 한 수저에 고추지 아삭 한입

밥 도둑이 따로 없네

임금님 수라상도 부러울게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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