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지
조 은 미
이웃집 고추밭 홍치마 단장하고
시집 간지 언젠데
늦깎이 선머슴 처럼
아직 초록 도포 뽀송한 볼
찬 서리 시린 마음 처녀 귀신 면해 줄까
간장 설탕 식초 오롯이 섞어
열탕에 펄펄 끓여 한소끔
짠맛 신맛 단맛 오묘한 조화 속
설익은 몸 고루 인생의 맛 배어 들면
어화둥둥 홍차마 입고 시집간게 대수랴
사람 입은 다 한가지
햅쌀 밥 한 수저에 고추지 아삭 한입
밥 도둑이 따로 없네
임금님 수라상도 부러울게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