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감자 심던 날
조 은미
3월도 어느새 막바지 고개를 넘는다.
햇살도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고
봄빛이 완연한 농촌은 집집마다
농사채비에 분주하다.
열평 텃밭 고를 일도 엄두가 안나던 차
친구가 텃밭도 고라주고 씨감자도 심어주겠다는 고마운 말에 서둘러 집을 나선다
농사 지어보던 솜씨라 일이 손에 익어서인지 한나절만에 두럭마다 까만 비닐까지 씌우고 감자도 세두럭이나 심었다.
엊그제 내린 봄비에 땅이 보드랍게 결이 삭아 일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역겹던 퇴비 냄새도 조금씩 정겨워지기 시작한다.
상추모종도 정성스레 옮겨 심고 물도 뜸뿍 주었다. 집 앞 목련 나무 밑에에는 빨간 패랭이꽃 모종도 모듬으로 심었다.
상추가 자랄 때 쯤이면 함께 하고 싶었던 벗들을 불러 초록이 둑둑 돋는 싱그러움을 한입 가득 베어물고 정겨움을 나눌 시간들을 그려본다.
고추랑 가지도 몇대 심고 고구마랑 옥수수도 심어야지.
친구의 정성까지 보태어져 씨알 굵은 씨감자를 캐는 날이면 얼마나 행복할까!
적당히 노곤한 어깨 위로 봄볕이 따사롭게 목마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