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조 은 미
비취 빛 하늘이 가까이 닥아서고 햇살이 따갑게 내려 꽂힌다
2시부터 광진 정보도서관에서 시작되는 수업시간이
아직 한시간이나 여유가 남아 강이 마주 바라보이는 노천카페에 막 자리잡고 앉으려는 순간 혈색이 없어 파리해보이는 젊은 청년 하나가 1000원짜리를 내보이며 취업 준비생인데 돈이 없어 점심도 못먹고 음료수라도 사먹으려는데 돈이 부족하다며 조금만 보태줄 수 있느냐고 어렵게 말을 건낸다.
공부하는 청년이 점심도 못먹었다는 말에 측은지심이 들어 5천원을 선뜻 꺼내주고 식당 방향을 일러주었더니 고맙다고 돌아선다.
그런데 먼 눈짓으로 살펴보니 식당 방향과는 반대 쪽으로 내려가서 또 사람들을 가웃대는 모습이 잡힌다.
몇번 상습적으로 그러는 사람을 만나긴 했지만 도서관 앞이라 그럴듯해서 깜빡 속아 넘어간 자신에 실소하며 참 씁쓸한 기분이 된다.
어쩌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저렇게까지 되었는가 싶어져 연민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내가 어리석게 당했다는 느낌보다 오죽하면 젊은 청년이 저 지경으로 변했을까 싶어지고 내가 베푼 어줍잖은 선심이 그 청년을 거기서 더 헤어나오지 못하개 하는 독이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선행이 반드시 선행이 되지 못하는 상황윤리의 모순 속에 현실의 무게가 무겁게 가슴을 내리누르는 오후 답답함으로 강의실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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