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작은 일탈

조은미시인 2017. 6. 13. 22:36

 

작은 일탈

조 은 미

 

몇군데 바깥 일을 보고 저녁 늦게 돌아와 피곤한 김에 소파에 누웠다보니 9시가 겨웠다

출출하긴 해도 밥은 내키지 않아 며칠전 시골에서 가져온 상추와 열무로 마침 비도 부슬부슬 오는 터라 부침이나 부쳐볼까 싶어 서두른다.

열무와 상추를 대충 길게 썰어 부침 가루 솔솔 뿌리고 반죽을 묽게 풀어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뜨겁게 달군 팬에 반죽을 한국자 얇게 펴 놓은 다음 그 위에 상추와 열무를 얹고 송송 썬 김치까지 얹은 후 반죽을 조금 더 껴얹어 노릇노릇 누워내니 바삭바삭 아삭하게 씹히는 열무와 상추, 김치 맛이 어울어진 부침의 고소한 맛이 가히 환상이다.

술자리에 앉으면 막걸리 한잔도 못마시는 쑥맥노릇도 계면쩍어 우정 한잔 정도 거들만큼은 배워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마침 시골 동네 분이 홍천도가에서 직접 사온 홍천 막걸리를 먹어보라고 내놓고 가셔서 혼자 한모금씩 따라 마셔본다.

달달한 맛이 소주나 맥주처럼 목넘김이 그리 거북스럽지는 않다.

막걸리 반잔에 따끈한 부침 한접시 앞에 놓고

모처럼의 일탈을 즐긴다

한모금 속을 타고 내리는 막걸리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몸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이유없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이래서들 술을 마시나 보다.

정말 혼자 먹기는 아깝다.

따끈하게 한소당 남은 부침과 먹다 남은 막걸리 병을 받쳐들고 늘 좋은 이웃인 길건너 카페 주인장도 들어보시라 전한다.

서로 정을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커피 한잔 하고 가시라고 권하는 것을 저금해뒀다 다음에 마신다고 돌아나온다.

차가운 빗방울을 얼굴에 맞으며 기다리던 님을 가슴으로 맞는다.

산다는게 아름다운 날 ! 따사로운 행복에 나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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