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 피는 오후
조 은 미
시골집 왔다 갔다 하느라고 눈길이 소홀했던 뒤란에 오늘 보니 심지도 않은 접시꽃이 절로 씨가 떨어져 하늘을 뚫을 듯 치솟으며 소담스런 꽃을 피우고 서있다.
저렇게 자라도록 그 자리 있는 줄도 몰랐던 무심함이 어이없고 미안해진다.
내가 아니더라도 역사의 수레바퀴는 제 순리를 따라 질서를 지키며 돌고 있다.
내가 접시 꽃대의 키를 한치라도 더 자라게 할 수 없음에도 우리는 늘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의 노예가 되어 지구를 제 중심으로 돌리려 아둥바둥 헛된 수고로 욕심의 탑을 쌓으며 허우적 거린다.
한 발 물러나 아무 수고도 하지 않았는데 그 순수한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여유와 축복에 감사하며 가꾸시는 보이지 않는 손길에 겸허한 마음이 된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줄줄이 빨갛게 피워내는 소망을 가슴에 담는다.
응달지던 마음에
고요한 평화가 머문다.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배려가 아쉬운 아침 (0) | 2017.06.17 |
---|---|
계간 시원 여름호 출간을 축하하며 (0) | 2017.06.15 |
작은 일탈 (0) | 2017.06.13 |
불편한 진실 (0) | 2017.06.13 |
좁은 길 (0) | 2017.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