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그 언저리
조 은 미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늘 일이 생겨 잠깐이면 다녀올 시골집에도 갈 틈이 없다
오늘은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
마음 먹고 집을 나선다.
점심 먹고 늦으막이 나서는 길
놀러나갈 사람들이 다 빠져나갔는지 도로도 뻥뚫려 여유롭다.
익숙한 것은 참 편안하고 안정감을 준다.
설악 톨게이트를 통과한 후 양평쪽으로 좌회전 하여 엄소리 들어오는 모롱이를 돌아서면 어느새 아늑하고 편안해진다.
벗은 나무들이 지키고 서 있는 길목마져 정겹다.
빈 뜨락에 들어서면 왜 그리 반가운지!
여기 저기 돌아본다.
나무들의 편안한 숨소리를 들으며
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겨울 한 철 쉬고 나면 재충전 된 에너지로 다시 세상을 초록으로 물들이겠지.
현관문을 열면 오랜 소박이 서러운지 토라진 거실이 짐짓 냉기를 내뿜는다.
보일러 불을 올리고 다독이는 손끝에 금새 돌아서 따사로운 온기로 닥아선다.
넉넉한 너그러움 안에 고단함을 내려놓고 하나가 되어 서로를 보듬는다.
서서히 마음의 번잡함이 녹아 내리고 가슴은 촉촉하게 물기가 돈다.
가끔 혼자가 되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나를 비우는 시간은 얼마나 행복한지!
빈 집의 여유를 닮아 나도 넉넉한 마음이 된다.
비워진 여백 위로 달달하고 따사로웠던 추억들이 스믈스믈 기어나와 춤을 춘다.
사랑하며 산다는 건 얼마나 인생을 생기롭고 풍요롭게 하는지!
아직 사랑하며 살아야 할 것들이 많음에 감사한다.
하루를 마감하며 두손을 모은다.
아웅다웅 욕심에서 자유롭게 하시고
좀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며 사랑으로 머물게 하소서.
하늘의 것을 소망하며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아가게 하시고 무엇이든 억지로 매려고 조바심 치지 않게 하소서.
하나님 부르시는 날 까지 건강하게 살게 하시고 날마다 감사로 돌려드리는 하루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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