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늙어간다는 것

조은미시인 2020. 1. 30. 08:33

 

늙어간다는 것

조 은 미

 

 

어제 강릉역에 1 시경 내리면서 평일이라 붐비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싶어 다음 날 돌아기는 4시30 분 표를 예매했다.

 

강릉에서의 멋진 하루를 꿈같이 지내고 여유있게 좀 일찍 강릉역사에 도착하여 어묵집에서 느긋하게 기차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 이었다.

 

행선지가 다른 두 친구는 1 시간 빠른 차표를 예매했기에 먼저 떠나보내고 20 분 남짓 흘렀을까?

친구한테서 다급한 전화가 온다.

지금 검표원이 차표 검사를 왔는데 우리가 예매한 표가 어제 날짜라 다시 표를 끊고 가니 우리도 표를 확인 해보란다.

아마 켐퓨터로 획인 하며 앉아서도 귀신 같이 알고 검표를 왔으리라.

얼른 표를 확인해보니 정말 29일이 아니라 28일에 선명하게 동그라미가 쳐있다.

아니 이런 황당한 일이?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 수가 있나?

씩씩거리며 역사 사무실로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다시 표를 발권해주기를 요구한다.

지난 표이고 자기들이 분명히 날짜 시간까지 동그라미 쳐주고 확인한 사항이니 업무적으로 실수한게 아니라고 환불 불가하니 다시 표를 끊으란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몇번 고성이 오가고

할 수 없이 다시 표를 끊고 돌아나오며 별 것 아닌 일에 열을 내며 얼굴을 붉혔던 모습이 스스로 민망해진다.

 

너무나 당연히 다음 날 돌이오는 표를 예매한다는 내 안의 확신은 28일 날짜 확인을 들으면서 그것이 당일이라는 생각은 요만큼도 하지 못하고 극장에서 매표원이 확인하듯 의례적인 절치로만 알고 건성으로 네 네 대답한 것이 화근이었다.

매표원도 28일 대신에 오늘 오후 4시 30 분이라 하던지 예매를 할 때 언제요? 한마디만 물어 보던지

했더라면 이런 해프닝은 없었으련만 요즘은 거의 인터넷 예매가 일반화 되고 창구 예매는 당일 발권이 주로이다보니 매표원도 너무나 당연히 당일 표를 예매한다고 생각하고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처리를 했던 것 같다.

 

나이 들어 가니 날짜 감각이 제일 먼저 둔화 된다.

오늘이 몇 일이지? 하는 너무나 일상적인 평범한 질문에 늘 달력을 획인하고서야 대답을 하게 되고 스케쥴 표를 보지 않으면 겹치기 약속을 하기도 예사이다.

 

젊었을 때 같으면 말하기 전에 "어머 날짜가 잘못 되었네요" 하고 먼저 짚어줄만큼 당연한 일이 이제는 이렇게 황당한 실수를 하고도 인지 하지도 못할만큼 어느새 나이가 들어 버렸나 싶다.

 

잘못된 확신은 고집이 되어 서로를 용납하지 못하고 내 주장만

강하게 하게 되고 관계를 경직시킨다.

 

이제는 정말 내가 옳다고 우기기엔 내 기억력과 판단력을 스스로 신뢰하지 못할 만큼 나이가 들어버린게 내 현실인 것을 알고 무엇이건 의견이 다를 땐 그저 한 발 물러나 상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 같다.

 

차표 한 장 다시 끊기로 2만원도 않되는 일에 그렇게까지 속상해하고 열을 낸 일에 참 스스로 부끄러워진다.

실수를 용납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그 실수를 교훈 삼아 다시는 같은 돌에 넘어지지 않는 수업료로 생각하고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허허 웃어 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한 템포 늦춰서 흥분히는 대신 넉넉하고 좀 더 우이하게 늙어가야겠다 다짐해본다.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민은 목이 마르다  (0) 2020.02.29
봄이 오는 소리  (0) 2020.02.02
시간을 거스르며  (0) 2020.01.29
설 명절을 보내며  (0) 2020.01.26
1박2일의 보너스  (0) 2020.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