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

조은미시인 2020. 7. 1. 09:46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
조 은 미

이른 새벽 빗소리에 퍼뜩 잠이 깬다.
언제부터 약속하고 손 꼽이 기다리던 날인데 야속하게 굵은 장대비가 퍼붓는다.
도저히 이 빗길을 뚫고 오시라 하기가 송구해 다음에 오시라 카톡을 보내고 아쉬움을 달랜다.
가끔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주시는 지인들 탓에 늘 같은 날들 이지만 손을 기다리는 설레임이 있다.

8시가 조금 지나니 빗줄기가 잦아들면서 비가 그칠 듯 하늘이 조금씩 밝아진다.
다시 전화를 드리니
작정했던거니 서둘러 나서시겠단다.
마음이 분주해진다.

아욱 끊어 국 끓이고 상추 쑥갓 고추 따다 씻어 놓고 시금치 따다 데치고 오이지도 조물조물 무쳐놓는다. 일부는 썰어 찬 물에 담가 오이지 냉국도 상큼하게 준비한다.
냉동실에 고기도 내려 해동시키고 고추지도 꺼내어 한상 차리니 집에 있는 소찬으로 시골 밥상이 한 상 그득 차려진다.
버스 터미널에 모시러 나가 반가운 해후를 한다.

손수 만드신 향주머니와 예쁜 코사아지를 선물로 내놓으신다.
밤새 만드셨을 정성에가슴이 뭉클 해진다.
또 다른 선배님은 아침에 일어나서 버무렸다며 맛난 양배추 김치를 들고 오셨다.
찬이랄 것도 없는 소박한 밥상을 맛나다 소리를 연거퍼 하시며 잘 드셔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문인 모임에서 서로 인사는 하고 지내는 사이지만 이렇듯 가까이 대면하고 마주 앉기는 처음인 것 같다.
가슴을 열고 진솔한 대화가 오고가며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간다.
이렇듯 따뜻한 분들 이었나?
겉으로만 뵐 때 느끼지 못했던 친밀함이 솟는다.

오래 만나도 개인적인 어떤 관계가 없으면 늘 남으로 남아있지만 이렇게 사적인 관게가 이루어지면 특별한 만남이 되는 것 같다.
오늘 공유한 이 따뜻한 느낌이 우리 사이에 향기가 되어 은은히 감싸는 행복함으로 서로의 곁을 맴돌리라. 방안에서 포푸리 향내가 감돈다.
남겨진 아름다운 사람들의 향기도 오래 가슴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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