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서울식물원 나들이
조 은 미
아제 백신 접신 푸닥거리도 거의 잦아지는 즈음 그 든든한 빽 덕에 정말 몇 달만에 조심스럽게 잃어버렸던 일상의 시간들을 만나러 나선다.
화사회! 매달 화요일 4번째 만나는 교대동기 모임이 있는 날이다. 마곡 나루역 3번 출구를 나서니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 속에 낯익은 눈동자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반긴다.
건강 해줘서 고맙고 눈만 보고도 경계심이 무장해제 되는 오랜만의 해후에 봇물이 터진 그리움은 어느새 그 시절로 돌아가 유난히 날씨도 맑은 초록이 깊어가는 들판 위로 살구색 웃음꽃이 흐드러진다.
한가롭게 평화가 숨쉬는 데크길을 삼삼오오 걸으며 묵었던 정담이 무르익는다.
그렇게 큰 것도 아닌 소박한 행복을 그리 오래 저당잡하고 살아온 응달진 가슴에 햇살이 들어오고 갇혔던 마음을 꺼내 거풍을 시키니 신선한 기운이 온몸을 휘돌며 살아 숨쉰다는 사실에 감사가 넘친다. 역시 사람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창조의 질서 안에 하나로 연합할 때 행복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나무와 바람과 꽃이 만나는 길목 끝에 윤슬이 퍼덕이는 한강과 마주하며 벤취에서 나누는 커피 한 잔은 더없이 행복하게 한다. 빨간 체리에 건네지는 사랑을 씹으며 늘 준비하는 손길에 감사가 머문다.
한 때는 선의의 경쟁자로 동료로 같은 길을 걸었던 친구들! 이제는 모든 짐을 벗은 여유로움 속에 미모도 지성도 평준화된 아름다운 동행자로 서며 서로 안에 녹아있는 자신을 들여다 보고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살짜기 들어찬 주름 속에 배려와 연륜이 묻어 나는 눈빛은 모났던 마음들이 더 둥글어지는 푸근함이 녹아있다.
좀 지나침도 모자람도 허물이 되지 않는 벗들! 옛날에 별 교우 관계가 없었어도 동기라는 이름 하나로 함께 있기만 해도 금방 십년지기처럼 가까워지는 사랑의 묘약은 까르륵 거리는 웃음소리에 머리가 아파 컨디션이 별로였던 몸에도 활기가 되어 아픈 것도 잊게 한다.
우테크! 무엇보다 소중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할 자산이다
다른 약속도 취소하고 올만큼 마음에 사는 벗들! 오늘 하루도 모두 덕분에 행복했던 시간 고맙고 감사하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하기를 마음으로 빌어 보며 추억으로 들어앉은 아름다운 시간들을 다시 붙들어 세우고 음미해본다. 사랑하는 벗들이여 다음 달에 또 반갑게 만납시다.
모두 건강하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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