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다시 힘을 얻으며

조은미시인 2022. 1. 14. 08:23










다시 힘을 얻으며
조 은 미

아버지 가신지도 벌써 20여일이 넘어간다.
삶의 소망을 잃은 육체의 껍질을 벗고 고통이 없는 천상의 새 거처로 옮기신 것이 아버지 당신에게도 말할 수 없이 감사한 은혜이고 나도 한 가닥 큰 책임을 벗은  홀가분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 뿌리가 잘려나간 것 같은 허함은 마음에 큰 상실의 구멍을 남긴다. 
갑자기 머릿속이 비어 오고  모든 것과 단절된 느낌은 70  넘은 나이에도 왜 고아라는  생경스런 느낌이  나를 압도하며 그리 강하게 파고드는지!
글 한 줄  써지지않는 막막함 가운데 모처럼 강릉 겨울 바다를 보러 나선다.
마음 맞는 벗과 둘이 Ktx에  몸을 싣고  도란거리며 기차 여행의 향수에 젖어본다.
평일인데도 강릉역은 사람들로 북적 거린다. 바다가 바로 손 뻗으면 잡힐 것 같은 환상적인 숙소의 뷰에 탄성을 지르며 창문을 활짝 열고 바닷 바람을 들여 마신다.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잔잔한 파도와  코발트빛의 시리도록 아름다운 푸른 바다가 가슴으로 들어 온다.싱그러운 바다 내음이 폐부 깊숙히 묵은 찌꺼기를 씻어낸다.
바다를 안은 가슴이 바다를 닮아 넓어진다.  빈 바다가 나로 인해 채워짐을 느낀다. 바다를 품고  내가 주인으로 선다.
툭 끊어졌던 감정선이 다시  이어지고 제 자리를 찾는 것 같다.
자연의 경이로움은 늘 내 틀에 갇힌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활력을 준다.
쓰러지고 넘어질 때 마다 나를 붙들어 주시고 위로해주시는 진정한 내 편이신 그 분의 임재를 느끼며 내 안에 다시 기운이 솟는다.
창조주의 위대함과 사랑 안에 내가 있어야할 자리를 깨닫고  내 설움에 겨워 밀쳐놓았던 그 분의 얼굴을 대면하며 비로소 평안과 감사가 나를 휩싼다. 나의 약함을 아시고 나를 세우시는 분!
진정 나의 아버지 이시고 나의 피난처가 되시고 보호자가 되시는 분 !
다시 힘 주시며 일으켜 세워주시는 당신을 찬양하며  감사합니다.
힐링 파트너로 함께 했던 벗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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