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가슴이 저리는 날

조은미시인 2022. 8. 3. 07:26

가슴이 저리는 날
조 은 미

늘 sns에 내 글을 올리면 제일 먼저 공감을 눌러주고 교감하던 선배언니가 며칠째 소식이 없다.
궁금해서 전화를 넣었더니 전화도 응답이 없다.
무슨 사단이 났나?
평소 건강치 못해 늘 약골로 지내긴 했지만 언제나 따뜻하고 살가운 정으로 보듬어주던 선배이다.
오늘 다시 전화를 넣었더니 낯선 목소리가 전화를 받는다. 가슴이 철렁한다. 아니나 다를까.
딸이라며 전화를 받는다. 며칠 전 뇌경색이 와서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 중이시란다.
중환자실에서 아직 의식이 깨어나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 얼얼하다.
아무리 밤새 안녕이라지만 며칠 전에도 통화하고 별일이 없었는데
7월 27일 올린 글에도 반가운 댓글이 달렸었는데.
명치 끝이 아려온다.
항상 너그럽고 남을 배려하며 따뜻하게 정을 주고 열린 마음으로 편견 없이 모든 걸 수용하고 늘 호수같이 잔잔한 성품을 가진 선배였기에 유독 더 가깝게 소통하고 지냈다.
갑자기 가슴이 비어온다.
함께 했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시골집에 와서 함께 지내며 내가 해준 음식을 그리 맛나게 먹고 자목련 앞에서 활짝 웃던 모습이 일렁인다.
상추쌈 한입 가득 물고 아이처럼 천진하게 웃던 모습도 생생히 떠오른다.
새록새록 그리움에 목이 메인다.
좀 더 자주 만날 걸.
코로나 때문에 미루었던 게으름이 후회가 된다.
우리 갈 때 자식들 앞에 절대 짐 되지 않고 갔으면 좋겠다고 되뇌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누구나 원하는 일이지만 그게 내 맘대로 되는 일인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사는 게 우리의 한계인 걸 어쩌겠는가!
어느날 가까운 장래에 닥칠 내 모습이기도 하기에 더 안타깝고 안스럽다. 조심하지 해도 조심한다고 피해갈 일이던가.
갑자기 나이를 의식하게 된다.
아직은 젊은 것 같고 이만한 건강이면 싶지만 숫자를 헤아려보면 우리 나이가 적은 나이가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한국사람 평균 수명이 가장 최근 통계에 의하면 82.5세라 한다.
건강하고 무탈하게 살면 10 년 남짓이지만 건강하게 살날은 그보다 더 짧지 않을까?
10 년 남짓 남은 날이 그리 많이 남은 날은 아니다.
지내놓고 나면 눈 깜짝 할 사이 10년이 훌쩍 지나간 것 같다.
미세한 차이지만 작년 다르고 올 다른 신체 컨디션을 느낀다.
늘 곧 닥칠 내일을 준비하며 살아야지 하면서도 마음 뿐이다.
옷을 정리한다고 앉았다가 언제 또 입지 싶어 한 가지도 빼놓지 못 하고, 앨범을 뒤적거리다가도 한 장도 없애지 못하고 도로 덮을 만큼 아직 내 것에 대한 애착을 버릴 수 없는 내 모습에 스스로 실소를 금치 못한다.
우리가 내일을 담보하며 살 수가 있을까?
지금 내가 누리는 순간만이 내게 허락된 시간이다.
참으로 어리석게 우리는 내일이 내 것인양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 내일 하며 호기롭게 살아가고 있다.
바로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보람있고 나답게 사는 일이리라.
오늘은 보고 싶은 벗들, 그리운 이들에게 전화로 안부라도 물어야겠다.
시간 될 때 미루지말고 부지런히 만나고 사랑할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하며 살자.
아무 때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내 몫이련 받이들이며 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조만간 비상시 대처 요령 목록을 작성하여 아이들에게 미리 귀뜸이라도 해놓아야겠다.
곧 일어나시기를 기원하며 임자가 못보는 카톡에 마음을 담아 안부를 적어 보낸다.
병상을 털고 일어나 빙그레 웃으며 내 글을 읽으실 언니 모습을 기대한다.
모쪼록 빨리 쾌유하시기를 진심을 다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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