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도 감사하자.
조 은 미
엊그제 처서가 지나더니 더위도 한풀 꺾였는지 아침 저녁 제법 서늘하다. 절기가 어김없이 찾아오듯 몸도 나이를 속이기가 어렵다.
몸 구석 복병처럼 숨었던 통증이 제철 만난 양 여기저기 보내는 신호가 어째 심상치않다.
한동안 그럭 저럭 잘 버텨오던 무릎이 며칠 전에는 걸음을 못걸을 정도로 발을 디딜 때마다 아파 사달을 내더니 통증이 엉치, 허리끼지 점령군으로 득세한다.
그나마 침을 맞고 걸음은 걸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급한 불을 끄고나서 그래도 또 다른 문제가 있나싶어 정형외과에 들렸다. 초음파로 진단을 하더니 정맥으로 가는 큰 핏줄의 판막이 이상이 있어 피가 역류하는 하지 정맥이 심해 통증이 올 수 있다고 전문의를 찾아 검진해보라며 친절하게 예약까지 해준다.
퍼런 핏줄이 살갗으로 튀어나와 구렁이 감듯 흉하게 밖으로 돌출되어 나오는 외관상의 병이 하지정맥인 줄만 알았는데 판막이 이상이 있어 피가 역류해서 허리까지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니 도무지 처음 듣는 이야기라 당황스러웠다.
한달 후에 예약이 잡혔다. 종합병원도 아닌데 예약이 그리 밀리는 걸 보면 생각 외로 나이들면 흔하게 생기는 병인 모양이다. 걸을 때뿐만이 아니라 가만히 앉았어도 무릎이 시리고 아프다. 무릎의 연골이 다 닳은 퇴행성 관절에서 오는 통증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가끔 종아리에 마비 증상이 오기도 하고 발바닥이 화끈 거리기도 한다.
걸음 걷기가 불편하니 허리까지 통증이 뻗친다.
허리는 척추관 협착이나 디스크 파열로 인한 통증이지 싶었는데 이것도 하지정맥이랑 연관이 있는걸까?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 하지정맥으로 인한 통증인가 짐작만 할 뿐이다.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검진을 받아보는 게 순서이리라.
이제 서서히 싫든 좋든 수시로 찾아오는 병마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아 적과의 동침을 해야하는 나이가 되었으니 단단한 각오로 임전 태세에 임해야할 모양이다.
나름 전쟁에 임하는 수칙을 정해본다.
첫째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결하자. 쓸데 없이 자식들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유의 하자.
둘째 마음을 편안히 갖고 그러련하고 견딜만큼 견뎌보자. 통증도 일상이 되면 좀더 친해져 무심해지지 않을까?
셋째 마음을 든든히 가지고 병을 이기도록 하자.
늘 감사의 조건을 찾아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애쓰자.
연약해지는 순간에 내가 서야할 곳이 어디인지 주님만이 나의 반석이시고 피할 요새임을 고백한다.
주여 부르시는 날까지 강건하게 붙들어 주소서. 어떤 상황에도 원망과 불평 속에 들지 않도록 도우소서. 그 나라를 소망하며 살게 하소서.
간절히 기도해 본다. 잔잔하게 평화가 임한다
오늘 하루도 감사로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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