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말 한 마디에도 정이 둑둑 돋고 매사 세심하게 배려하는 살가움이 엄마 자궁 속처럼 편안하고 푸근하여 만나면 그 온기로 인해 따사롭고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
자식들이 솔가하여 1인 가구로, 사는 형편이 비슷한 처지라 아침, 저녁 서로 독거 노인 안부 챙기는 짝꿍인 여고 동창이 시골 가는 길인데 같이 나서자고 컨디션이 어떤지 물어 온다. 며칠 무릎이 안좋다 했더니 어디 나다니지도 못하고 답답할까 염려되어 바람 씌워 준다며 집까지 데리러 온단다. 바쁜데 일부러 찾아주는 성의가 고맙고 가상하여 불문곡직 따라나선다. 오랜만에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달리니 느긋하고 여유롭다. 차창 밖 풍경이 한가롭게 눈에 들어온다.오늘은 무조건 손님으로 초대한다며 특별 풀 서비스로 모실테니 지갑일랑 닫고 하는대로 대접만 받으란다. 그런 독재가 어디 있냐고 볼멘 소릴 했더니 그럼 길에 내려놓고 간다며 깔깔거린다. 오랜만에 재잘거리며 수다를 떤다. 친구는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집에 도착하여 웰컴 쥬스로 시원한 수박 주스를 내온다. 뇌살할 것 같은 마력의 붉은 빛갈에 빠져든다.
수박을 얼렸다 그대로 믹서에 갈아 아까시아 꿀을 좀 넣으니 그 시원함과 달꼼한 맛이 아까시아 향과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우아한 유럽풍의 의자에 앉아 공주처럼 대접을 받는다. 창밖의 울창한 잣나무 수림에서 내뿜는 은은한 피톤치드 향이 코끝에 머문다. 정성드려 가꾼 정원이 한껏 푸르름으로 싱그럽다. 저녁은 두부 정식으로 입맛을 돋구고 어느새 가을을 이고 내려앉는 소슬 바람의 포로가 되어 저녁 산책에 나선다. 팔짱을 끼고 노래를 부르며 걷는 시골길이 정겹다. 새로 갈아끼운 벼갯잇과 정성드려 깨끗이 준비한 포근한 잠자리에 누워 나뭇잎에 구르는 빗소리를 듣는다. 잠자리가 편안하니 언제 잠이 들었는지! 자고 일어나니 자연 속에서 맞는 아침이 상쾌하다.
뜨끈한 갈비탕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에덴 스포츠센타의 스파로 향한다. 사람들이 별로 없고 물도 맑아 쾌적했다.
더운 물에 몸을 담그니 온갖 피로가 녹아내린다.
사우나 후 점심 겸 저녁으로 청평역 근처에 있는 '이예수 명태조림 본가'에서 입이 호사를 한다. 얼마나 맛나던지! 일부러라도 또다시 들려보고 싶은 맛집이다. 청평역 근처를 드라이브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도서관, 수영장 , 문화센타등 너무나 훌륭한 시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요즘은 도농간 문화시설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음을 새삼 느낀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잘 사는 나라가 되었음에 틀림 없다.
청평역에서 배웅하며 돌아서는 그녀의 어깨가 어찌 그리 듬직해보이는지! 남자다운 과단성과 여성적인 섬세함이 함께 어우러진 그녀에게 묘한 매력이 풍겨나고 몸에 베인 사랑이 담긴 섬김은 자석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흡인력과 따사로움이 있다.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가슴이 말로 할 수 없이 행복하다. 그림같이 아름답고 즐거웠던 풀 코스 초대, 끝없이 베푸는 친구의 배려와 넉넉함에 감사와 감동이 솟는다.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 최선을 다해 감동으로 섬겨본 적이 있었던가? 나를 돌아보며 계산이 앞서던 모습을 반성해본다. 감동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친구에게 또 많은 것을 배운다. 충만하게 사랑을 받아 넉넉해진 가슴에 나눌 여유가 생긴다. 추석 명절이 다가온다.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 몸이 아픈 가운데도 마음을 나누던 친구를 떠올려본다.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 한 통화 못하고 지나쳤던 무심함이 미안해진다. 작은 선물이라도 챙겨 마음을 전해야겠다. 카톡의 선물함을 노크해본다. 두루두루 마음에 빚진 분들께 선물을 골라 보내며 나눔의 기쁨을 누린다. 감사를 표하며 대가 없이 마음을 나누는 것이 이리 행복한 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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