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신뢰한다는 것에 댸하여

조은미시인 2022. 9. 30. 07:05

신뢰한다는 것에 대하여
조 은 미

퇴행성 관절염과 허리 협착증 진단을 받고 불편한 허리, 무릎과 동거하며 지낸지가 십여년이 넘는 것같다. 그럭저럭 불편함 가운데서도 이런저런 처방으로 다스리며 조심조심 지내왔다. 얼마 전부터는 무릎이 가만히 앉았어도 시리고 아프다. 종아리가 붓고 무시로 쥐도 난다. 다리 아래로 얼음장처럼 차서 밤에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외출했다 밖에서 주저앉는 비상 사태를 두번이나 겪기도 했다.

동네 정형외과를 방문 했다. 젊은 의사가 내 이야기를 듣더니 하지정맥류가 의심이 된다며 간단히 초음파 검사를 해보자 한다. 다리에 구렁이처럼 푸른 핏줄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만 하지 정맥이라고 알고 있던 내 상식으로 뜬금 없는 소리같아 반신반의 하며 간단히 초음파 검사를 했다. 영상에 나타는 데이터는 어김없는 하지정맥 증상이 뚜렷했다. 하지정맥류 전문의로 손가락 안에 꼽는 노환규 박사님께서 원장으로 계시는 성수동의 하트웰 의원에 직접 의뢰서를 써서 예약을 해 주었다. 워낙 사람이 많아 한달 이상 기다려서야 진료 차례가 왔다. 그간 유투브를 검색해 익히 그 인품에 신뢰가 느껴지던 터라 처음 만남이 낯설지 않고 마음이 놓였다. 넉넉하고 편안한 미소에 수더분하고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진지한 태도까지 전폭적으로 신뢰하게 한다. 의사, 환자라는라는 사무적인 관계의 만남에서 떠나 진심으로 환자 편에서 최선을 다해 진료해주는 전문가다운 꼼꼼함이 오히려 송구할 지경이었다. 진료가 끝나고 자세히 내 증상과 치료방법의 장단점을 설명해 주셨다. 오른쪽은 바깥 정맥 두개가, 왼쪽은 한개가 역류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 정맥류로 통칭되는 이 병은 정맥의 판막에 이상이 생겨 항상 열려 있어 심장으로 되돌아가야하는 피가 올라가지 못하고 혈류 부전 현상으로 역류하는 것을 말한다. 역류하는 피는 압력이 생겨 혈관을 부풀게 하고 그 압력으로 동맥 피가 순환 장애를 일으켜 온 몸의 피 순환이 안되어 여러 곳에 통증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하지 정맥류 치료는 새는 핏줄을 막아 폐쇄 시키는 수술 요법인데 시술하는 방법에 따라 여러가지 방법이 있고 가격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레이저 요법은 가격은 저렴하나 열을 이용해 지져서 혈관을 막는 것으로 주변 신경 손상의 우려가 있고, 베나실은 가격은 비싼 대신 순간 접착제를 분사하여 혈관을 막는 비교적 간단한 기법으로 드물게 나타나는 알레르기 반응 외에는 통증과 특별한 부작용이 없단다. 부작용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ㅣ~ 2주 안에 사라지는 한시적인 것이란 설명을 듣고 경화제를 투입하는 주사 요법과 베나실 요법을 병행하여 시술하기로 했다. 국소마취와 수면 유도제 주사를 놓고 30여분 시술 시간이 소요되었다. 의사를 믿으니 수술 시간 내내 내 몸을 맡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어진다. 편안하게 시술 후 즉시 평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경화 주사제로 마무리를 하고 시술이 잘 되었나 초음파 검사를 하니 아주 만족하게 잘 되었다고 말씀하신다. 신기하게 무릎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사라졌다. 허리에도 힘이 들어가고 늘 굽어지던 어깨가 펴진다. 종아리도 훨씬 가벼워짐을 느낀다. 얼마나 감사한지! 진지하면서도 부드럽고 친절하게 최선을 다해 진료해주신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시는 원장님을 뵈며 참 의사의 표본을 보는것 같아 존경심이 절로 든다. 집에 돌아오며 게걸음으로 내려오던 지하철 계단이 반듯하게 걸어지고 어깨가 당당히 펴지니 돈은 많이 들었지만 시술하기를 얼마나 잘 했나 싶다. 좋은 의사를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하심에 감사가 넘친다. 오늘 부터는 단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움츠러들었던 자존감에 다시 활기가 생긴다. 이러다 정말 백세까지 사는 것 아닌가? 염려 아닌 염려를 해본다.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생기롭게 돌아오는 골목길이 유난히 정겹다. 서로 신뢰하며 사는 아름다운 사회! 얼마나 행복한가? 각자 자기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늘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며 사는 삶이야 말로 우리가 추구하며 이루어가야 하는 공동선이 아닐까?

저녁 뉴스에서는 여전히 윤대통령 조문 외교 논란으로 서로 불신하는 여야 공방이 치열하다. 한낱 까십으로 스쳐 지나가도 될 지엽적인 문제로 열심히 쪽박들을 깨고있다. 물 담을 바가지도 깨고 급기야는 샘물까지 메워 먹을 물이 없는 처지까지 내몰려야 서로 정신을 차릴 모양이다.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고 감성과  진영 논리에 휩싸여 이미 이성을 잃은 미숙한 정치 전문가 집단을 보며 우리는 언제나 정치 후진성을 벗어날까 염려가 된다. 내 나라 지도자를 믿어주고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나라를 반역하는 중죄가 아니라면 이해하고 격려해주고 좀 더 기다려주는 여유 있는 태도가 진정 성숙하고 바람직한 국민의 태도가 아닐까? 이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는 데 왜 날지 못하냐고 종주먹 대고 언제나 내게만 유리한 잣대로 내로남불의 깃발을 흔들어대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내 묷임을 아는가 모르겠다. 제발 자중하고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돌아보며 양심껏 제 자리서 자기 할 일을 하는 책임있는 정치를 열망해본다. 나라를 생각하는 한 가지 공통된 목표로 한마음이 되어 한 발 양보하고 물러서서 포용하는 리더쉽은 진정 불가능 한 것일까? 상갓집 개처럼 아무데서나 함부로 취급당하는 험악한 꼴 자초히지 말고 절로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운 국민의 공복인 정치 전문가들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격려를 보낸다. 존경은 결코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몸소 모범을 보일 때 절로 따라온다. 오늘 뵀던 원장님처럼 묵묵히 몸으로 보여줄때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법이다. 그런 분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가 아닐까? 서로 신뢰한다는 것에 대해 곰곰 생각해본다. 오늘도 믿음 안에서 행복했던 하루에 감사하며 하루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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