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함 가운데 만난 능럭의 신비
조 은 미
추석이 코앞이다. 무릎이 신통찮으니 몇 식구 안모이는 명절상 차림 준비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 딸이 엄마도 힘드는데 올해는 추석 때 모이지 말고 당일 뮤지컬 공연이나 보고 밖에서 저녁 한 끼 외식하고 지내자고 미리 나선다. 고맙고 반갑기 그지없는 제안이다. 그래도 그냥 날로 지나기는 서운하여 아들 내외라도 오면 한 끼라도 집밥 먹이고 싶은 마음에 랍스타 몇 마리와 언양 불고기를 주문해 냉동실에 쟁여 놓고 명절 밑의 바쁜 주부의 일상에서 해방되어 한가롭고 달콤한 여유를 즐긴다.
마음이 여유로워 지니 그간 여러모로 고마웠던 분들, 위로해주고 싶었던 분들 얼굴이 떠오른다. 작은 선물이라도 전하고 싶어 리스트를 적어 본다. 선물하기로 말하면 여기저기 걸리는 분들이 많지만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스므 분 남짓 고르고 골라 선물을 보낸다. 별것 아닌 선물에 감동의 답글이 쇄도하니 혼자 명절을 맞은 듯 풍요롭다.
추석 전 성묘하러 시골 가는 길에 참새 방앗간 들리듯 마침 아침고요 수목원 근처 별장에 내려와 있는 여중 동창 친구집에 들려 중간 참을 한다. 연어 샐러드와 숯불까지 피워 구워주는 장어 구이의 특별식에 감동한다. 달빛 아래 촛불로 밝힌 식탁에서 둘만의 오붓한 만찬을 즐긴다. 하모니카 선율에 실어 시 낭송으로 촉촉한 가슴이 된다. 소중한 벗! 서로 있음에 감사가 넘친다.
점심엔 오랜만에 고향을 지키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 예닐곱이 모여 회포를 푼다. 언제 만나도 허물없는 벗들이다. 오래 그림을 그려온 친구가 있다. 친구 동생이 언니도 모르게 명절 이벤트로 친구집 뜨락에서 언니 개인전을 열어주기로 했다며 전화로 귀뜸해준다. 국화 회분을 축하로 보내며 우리도 내일의 비밀 이벤트의 공모자가 된다. 그런 동생이 있는 친구가 부럽고 아름다운 자매의 사랑에 감동이 된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그림같은 하루가 지난다. 9시가 넘으니 아들 내외가 들어선다. 반갑게 회포를 풀고 밤참으로 만두를 쪄서 낸다. 얼마나 맛나게 먹던지. 덩달아 옆에서 나도 하나 거들었다. 그게 탈이 나 급체라도 한 것일까? 자정이 넘어 자리에 들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천장이 빙빙 돈다. 몸을 가눌 수 없이 어지럽고 속이 미슥되어 견딜 수가 없다. 식은 땀이 버쩍 난다. 쓴물이 올라올 때 까지 있는대로 다 구토를 하고서도 좀처럼 어지럼증이 갈아앉지 않는다. 아들 며느리가 양쪽에서 주무르고 손가락을 따고 해도 소용이 없다. 잠깐 사이 깔아져 파김치가 된다. 청심병원 응급실에라도 가야될것 같아 아들이 채비를 하는데 도무지 몸을 가눌 수가 없어 도로 주저 앉는다. 기도 밖에 도리가 없다. 며느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린다. 순간 어지럼증이 살살 갈아앉는 기적을 경험하며 하나님 살아계심을 체험한다. 몇 시간의 고비를 넘기며 참으로 연약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밤새 안녕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3시가 넘어서야 가까스로 안정을 찾으며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지럼증이 가라 앉았다. 오 하나님! 당신의 능력은 어찌 그리 신비하신지요! 뉘라서 하나님 없다고 큰 소리 치며 살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내 목숨 걷어 가시면 내가 무슨 능이 있어 막을 수 있을까! 나를 주관 하시는 그 위대하신 능력 앞에 겸손히 옆드리며 감사를 올려드린다. 할렐루야, 아멘. 영광 받기 합당하신 주님 찬양을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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