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3계간문예 가을 문학 기행 소묘

조은미시인 2022. 10. 12. 00:46

계간문예 가을 문학 기행 소묘
조 은 미

사람이 어딘가 소속해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것은
건강한 사회 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어디에 소속해 있느냐에 따라 정체감이 달라지고 자신이 속한 단체의 위상에 따라 자존감과 어깨의 높이가 달라진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본의든 타의든 여러 단체에 소속하게 된다. 나도 손가락을 꼽을만큼 몇 단체에 소속해 있다. 그중에서도 계간 문예는 늘 친정처럼 푸근해서 더 정이 간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문우들도 궁금하고 만나면 반갑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행사가 기다려지기도 한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계간 문예 대다수의 회원들은 다 계간문예 회원인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이 단체를 사랑한다. 행사 참가 인원을 보면 여실히 알수 있다. 문학 기행 공고가 나오자 마자 서둘러 참가 신청을 하지 않으면 곧 자리가 마감되기 일쑤다. 이번에도 서두른 끝에 다행히 참가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마음을 붙들 수 있는 흡인력은 서로를 배려하는 사랑과 인간다운 온기, 그리고 좀 더 유의미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유익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은 기다리던 예산, 당진 일원으로 문학기행을 떠나는 날이다. 압구정 현대백화점 주차장에서 7시 40 분에 떠나는 출발 시간을 맞추려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집을 나서야 한다. 소풍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행여 늦잠 잘까 사로잠을 자며 잠까지 설쳤다. 서둔 덕분에 약속 시간 전에 도착했다. 많은 분들이 벌써 미리 와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의 손길로 준비한 김밥과 떡, 구운 계란을 푸짐하게 나눠준다. 풍성한 먹거리에 배려와 정성이 넘친다. 늘 보이지 않게 수고하는 손길에 감사한다. 토요일이라 고속도로 정체가 심하다. 계획보다 많이 늦어진다. 심훈 문학관에서 하기로한 시낭송회를 버스에서 미리 진행했다. 덕분에 지루한 줄 모르고 예산 예당 저수지에 도착했다.

예당호를 가로질러 아름다운 출렁다리가 한폭의 그림처럼 우뚝 서있다. 2019년에 준공한 출렁다리는 길이가 402m 이고 전망대 주탑의 높이는 64m 나 된다
뱀장어, 가물치등이 많이 잡히는 낚시터로 유명하고 주변의 경관이 수려하여 1986년에 국민 관광지로 지정되었다. 낚시를 하기 위한 배 좌대 들이 군데 군데 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예당 저수지를 뒤로 하고 수덕사 근처 맛집에서 더덕 비빔밥을 점심으로 먹었다. 더덕 향이 코끝에 머문다. 토속 된장 찌개와 맛깔스런 나물 반찬으로 입이 호사를 한다. 점심 후는 백제 위덕왕 제위시에 창건했다는 수덕사를 돌아 보았다. 가는 길에 선미술관에 들려  그림의 향기에 젖어 본다. 수덕사 대웅전은 국보 49호로 지정되어 있다. 고려 충렬왕때 건립한 목조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4 칸으로 구성되어 있고 맞배지붕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내에는 수덕사 3층 석탑, 7층 석탑, 수화도, 야화도, 금룡도, 오불도등 문화재급 유물이 많이 보존되어 있다. 특별히 여승들만을 위한 수도장으로 일엽 스님과 나혜석, 이응로 화백의 일화가 얽혀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을이 익어가는 수덕사의 정취에 취해본다.

일정이 급해 서둘러 내려와 당진의 심훈 문학관으로 향한다. 일제 강점기에 민족 의식을 바탕으로 농촌 계몽 소설인 상록수를 써서 문학사에 길이 남은 심훈의 발자취를 돌아 보며 작가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다. 일제 당시 농촌 사업과 민족주의를 일깨웠던 선각자 심훈에게 새삼 존경심이 인다. 이 시대의 작가로서 혼란한 시기에 나는 어떤 글을 써야하는가? 자가의 사명에 대한 무게가 크게 얹힌다.

벌써 해가 진다.마지막 행선지인 왜목 마을로 향한다. 해넘이가 특별히 아름답다는 왜목 바닷가에 선다. 시간이 너무 늦어 일몰의 장관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목이 긴 왜가리 조각상이 지키고 선 왜목의 바닷가에서 가을 바다의 낭만에 젖어본다. 툭 트인 바다에 서니 가슴도 넓어지는 것 같다. 하루 종일 강행군한 피곤함이 파도에 씻긴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삼행시 백일장이 있었다. 시제로 주어진 운은 '수덕사' 였다. 글 쓰는 작가들로 자기 기량을 한껏 펼쳐볼 수 있는 시간이다. 어쩌면 그리도 각양 각색의 언어 조합들을 만들어 내는지. 역시 문인들이라 다르다. 결국 다 같은 상품을 받지만 이름이 다른 상의 묘미가 스릴이 있다. 대상을 차지한 사람은 더없이 명예롭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문인들 여흥치고는 최고가 아닌가 싶다. 오산 휴게소에서 뜨끈한 어묵 우동 한 그릇으로 저녁을 먹는다. 휴게소에서 먹는 우동맛이라니. 든든해진 속으로 늦은 귀가길도 즐겁다.

눈, 코, 귀, 입이 모두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하루가 저문다. 보고, 듣고, 느낀 많은 것들이 작품으로 녹아 나오기를 기대한다. 또 끈끈한 추억 한자락 쌓으며 계간 문예 식구로서 더욱 유대감이 깊어 짐을 느낀다. 좋은 여행을 기획해주신 집행부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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