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하며 사는 기쁨 (제주 본태 박물관, 까멜리아 힐)
조 은 미
날씨가 꾸물 거리는게 비라도 한바탕 쏟아질 것 같다.
오늘은 제주 한달 살이에서도 놓쳤던 본태 박물관을 찾기로 한다.
안덕면 산덕남로에 위치한 본태 박물관은 건축의 거장 안다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원주의 뮤지엄 SAN에서 그의 건축물을 접하고 감동스러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노출 콘크리트가 대리석처럼 우아한 느낌을 준다. 물과 빛과 자연이 어울어진 건물은 인간미가 있고 따뜻하다. 회색 콘크리트의 삭막함을 어디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머물고 싶은 편안함이 있다. 본태 박물관은 우리의 전통과 현대 예술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전시 공간이었다.
5관으로 나뉘어진 전시실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움과 따뜻한 인간미와 내면의 깊이가 느껴진다.
1관은 한국 전통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소반, 목가구, 조각보, 벼개 모서리, 수저집 등 우리 일상에 친숙했던 생활용품들 속에 스며 있는 예술 혼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호롱불을 밝혀가며 한 땀 한 땀 수를 놓던 이모들 생각이 난다.
지금은 사라진 옛것들에 대한 진한 향수가 느껴진다.
2관 에서는 백남준을 비롯한 현대작가들의 작품이 전시 되어 있다.
표현방법은 다르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같은 맥의 흐름이 느껴진다.
3관은 쿠시마 야요이의 상설관이다. 무한 거울방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색과 점의 확산을 통해 우주 공간에 있는 듯 신비함 속에 빠져든다. 깊은 영적인 어떤 것과 맞닿아 있는 그녀의 정신 세계를 느낄수 있었다.
4 관에는 한국의 장례용품인 상여와 관련된 장식물들 통하여 우리 조상들의 사후 세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을 정성스럽게 보내려는 죽음에 대한 경건함과 진솔함이 가슴에 와닿는다.
5관은 대여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툭 트인 옥상에서 마주 바라다보이는 산방산의 아름다움은 또 한폭의 그림이었다.
가까이 방주 교회를 들러 본다.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한 아름다운 건물이다. 일반인들도 관광 차 많이 들린다. 그리스도를 만난 축복에 감사한다. 늘 구원의 방주에 거하는 평안을 느끼며 살아감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선물이다. 올 때마다 은혜가 넘친다.
까멜리아힐의 흐드러지게 핀 동백을 눈에 담는다. 식물원의 가지각색 꽃들도 계절을 잊게 한다. 아름다움 앞에는 다 선해지는 것 같다. 감상이 순화되는 힐링을 느낀다.
저녁에는 제주에 머물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이 서흥동 쌈총사 횟집에서 거하게 대접해주어 입이 호사를 한다. 쌈채소를 갖은 양념에 버무려 밑에 깔고 회가 얹혀 나왔다. 쌈 채소와 곁들여 회를 먹는 맛이 별미 였다. 친구들까지 따뜻하게 대접하며 한 껏 내 어깨를 세워주는 벗의 넉넉한 마음이 더없이 고맙다. 정성스레 끼니마다 챙겨주고 재워주는 친구, 운전으로 수고해주는 친구, 별식으로 대접해주는 친구들에게 사랑의 빚이 앃인다. 사랑 받고 사랑하는 것만큼 세상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있을까? 다른 사람의 대접을 받을 때마다 나도 더 베풀면서 살아야지 싶은 마음이 든다. 늘 고마웠던 지인들에게 귤 한 박스씩 택배로 보내며 마음을 나눈다. 나누는 마음이 풍성해진다.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푸근한 여행에 감사가 넘친다. 제주의 이틀째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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