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
조 은 미
때로 내 나이도 깜박깜박 잊고 산다. 누가 나이를 물으면 얼른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요즘 들어 부쩍 숫자 감각이 무뎌짐을 느낀다. 아침마다 오늘이 몇 일인지 무슨 요일인지 확인하는 일을 습관처럼 달고 산다. 요가 클래스에서 젊은 친구들이 유연하게 따라하는 동작을 몸이 뻣뻣하게 굳어 제대로 따라하지 못할 때 나이를 의식하며 부러워지기도 한다. 옆에서들 언니 나이에 지극히 정상이라고 위로하는 말을 듣노리면 고맙기도 하지만 어느새 이 나이가 되었나 싶어 조금은 서글픈 생각이 스친다 . 초저녁 잠드는 시간을 어물어물 놓치는 날이면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 못 자면 내일 늦게까지 자면 되지 싶어 느긋하게 유투브를 뒤적이며 잠이 올때까지 뒹굴거린다. 불면이 주는 초조함을 바상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것은 이 나이이가 주는 여유인것같다 . 객적게 시간을 죽이다 늦게서야 . 눈을 붙인다. 그래도 신기하게 5시면 눈이 떠 진다. 나의 아침은 늘 분주하다. 성경말씀을 읽고 CGN 으로 새벽 예배를 드리고 영어 큐티와 온라인 영어 공부가 끝나야 아침 루틴이 마무리 지어진다.
9시나 겨워 아침을 먹는다. 알맞게 익은 돗나물 물김치는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오늘은 냉장고에 쳐진 두릎을 꺼내 상추를 넣고 계란에 조물거려 전을 부쳤다. 데쳐서 초고추장에만 찍어 먹던 두릎을 계란물 노랗게 씌어 부쳐놓으니 그 살살 녹는 감칠맛이 환상적이다. 밥 한공기 다 먹은 뒤에도 배가 불룩하게 일어서도록 전 한 소당을 다 먹었다. 이 느긋한 포만감! 이 나이에 몸무게가 늘어난들 대수인가? 의례히 따라붙는 수식어가 여유롭고 행복하게 한다. 뜨락에 내려선다. 아직 파크 골프 연습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따라 유난히 하늘이 푸르다. 장미가 제철을 만나 울타리에 소담하게 핀 모습이 싱그럽다. 금계국이 질세라 유혹하는 눈짓도 곱다. 달맞이 꽃도 나도 좀 봐달라고 응석을 부린다. 미풍에 흔들리는 자목련 잎도 미소를 띄게한다. 그동안 병병하며 애를 태우던 소나무도 다시 푸르게 제빛을 찾아가니 대견스럽다. 이름 모를 새들이 나뭇 가지에날아와 행복한 아침 인사를 건낸다.
앞만 보고 달리던 젊은 시절에는 느껴볼 수 없는 축복이다. 오롯이 감사가 넘친다.
나는 이 나이가 좋다.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절로 콧노래가 흥얼 거려진다. 미모도 몸매도 지식도 평준화 되어 비교의 대상이 없어지는 이 나이. 그저 오늘 하루도 따사로운 마음 자리 한 자락 펴고 웃으며 살고 싶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나로 더불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을 함께 얹어 오늘도 새날을 감사함으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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