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작시

엄마, 나도 엄마를 닮아가나 봐

조은미시인 2014. 3. 8. 10:16

     엄마, 나도 엄마를 닮아가나 봐 /조 은 미

 

 

뜯지도 않은 밀가루 봉지 하나 허리가 묶어진 북어 10마리가 화단 모퉁이에 누워있고 흙도 안 묻힌 새 슬리퍼 한 켤레도 숨죽이고 있다 누가 버렸을까? 아하,스치는 낯익은 얼굴 하나 하늘에 죄를 짓는 것 같아 고개를 들 수가 없어 북어를 집어 드는 손가락 끝이 떨린다 마늘 파 다지고 고추장 설탕 참기름에 조물조물 무쳐 프라이팬에 지져대도 갖은 양념 한 입 문 북어는 말이 없다 어디서 났니 이 북어? 참 맛나다 아이같은 엄마의 천진한 눈빛 앞에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추스르지 못할 때 솔솔 무언가 타는 냄새 옥수수 삶다 솥까지 까맣게 태워버리다니 나도 점점 엄마를 닮아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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