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귀향

조은미시인 2016. 10. 6. 06:44

 

귀향

조 은 미

 

근 열흘 입원한 뒤 퇴원하는 날!

새벽부터 설레어 일찍 눈이 뜬다.

아직 10시가 되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하지 만 마음은 벌써 집으로 달려간다.

오랫만에 내 옷으로 갈아입고 딸래미 호위를 받으며 드디어 내 집에 돌아온다.

아! 이 편안함!

크게 심호흡을 하며 익숙한 공기를 들이 마신다.

그새 에미 손길이 못미쳤던 거실의 새끼들은

더러 잎이 말라 늘어진 놈도 있고 그래도 나름대로 손을 크게 타지 않는 녀석들은 여전히 꿋꿋한 제 삶을 지켜가고 있다.

내가 녀석들을 키우는 줄 알았는데 다 자기 숙명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대하며 악착같이 매달리며 내가 뭘 해보고자애씀이 부질없는 욕심임을 깨닫는다.

매일 같이 하루도 빠짐없이 보살피러 달려와 준 딸!

퇴원에 맞춰 반찬거리를 준비하여 점심을 차리려 들려준 직장 다니는 며느리!

제가 탄 월급에서 준비했다며 입원비에 보태라고 봉투까지 내놓는다.

부모에 대한 당연한 대접이겠지만

정말 울컥 눈물이 나올만큼 감동과 감사가 넘친다.

사누 올케가 다정하게 도란 거리며 점심을 준비하는 모습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지!

그러고 보니 너무 많은 벗과 지인들에게 위기 때마다 사랑의 빚을 지고 산다.

일일이 손꼽아 헤일 수 없을만큼

늘 주변에 따뜻하고 사랑이 많은 이웃 속에 살아가게 하심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그동안 수고에 감사하여 시에미가 내놓은 금일봉을 어느새 경대 위에 도로 두고 갔는지

어머니 경대 위에 놓고 온 돈 맛있는 것 사드시라는 문자가 뜬다.

사랑하며 산다는 것은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 일인지!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가족을 주신 하나님!

당신의 은혜가 어찌 그리 크신지요!

오랜만에 욕조에 물을 받아 샤워를 하며 아무 것도 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이 온몸을 나른하게 감쌈을 느낀다.

주님 ! 오늘도 족하게 주신 은혜에 감사가 넘치나이다.

받은 은혜 평생 이웃과 나누며 살아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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