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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걸으며

느리게 걸으며 조 은 미 날씨가 유난히 맑다. 걷기에 딱 좋은 날씨다. 50 년 지기들과 만나는 날이다. 언제 만나도 편안한 벗들이다. 안국동 역에서 만나 발길 닿는대로 걷는다. 1번 출구 나와 직진하다 보면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 전시관이 들어설 자리에 열린 송현 광장이 보인다.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꽃은 거의 졌지만 담장을 헐어버린 광장은 도심의 숨구멍 역활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젊은 직장인들의 밥 때를 피해 일부러 느적거린다. 목적없이 어슬렁 거리는 여유가 더 없이 좋다. 에스카레이터도 뛰어올라가며 숨가쁘게 살아야되는 세대는 누릴 수 없는 축복이다. 오랜만에 북촌 길로 접어들어 옛 경기고 자리에 위치한 정독 도서관 쪽으로 발길을 향한다. 온통 붉게 물든 가을이 아직 서..

밤을 까며

밤을 까며 조은 미 얼마 전 초등학교 절친이 떨어진 아람을 많이 주웠다며 되가웃 실히 되는 밤을 나누어 주었다. 한가하게 앉아 밤을 쪄먹을 여유가 없어 김치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오늘서야 꺼내 찐다. 찬물에 한시간 정도 불렸다 센불에 20 분가량 삶아 뚜껑을 열지 말고 10분 쯤 뜸 들인 후 찬물에 씻어 건지면 밤 껍질이 호르르 잘 까진단다. 하라는대로 했더니 단단한 껍질이 쉽게 벗겨진다. 가시로 철갑을 두르고 단단한 껍질로 싸는 것도 모자라 속 껍질까지 까실하게 무장한 밤을 삶아 까놓으니 포근포근한 노란 속살이 얼마나 고소하고 맛나던지. 잇새에 씹히는 고소한 밤 맛에 친구의 사랑도 고소하게 씹힌다. 밤을 까며 이런저런 생각이 스친다. 때로 밤송이처럼 까실한 사람이 있다. 처음 만났을 때 밤 껍질처럼 바..

몸의 소리에 반응하며 사는 지혜

몸의 소리에 반응하며 사는 지혜 조 은 미 모처럼 소파와 진한 사랑에 빠져본다. 등어리 밀착시키고 포근히 안아주는 편안함에 하루 종일 몸을 맡겨본다. 방해받지 않고 사랑 할 수 있는 자유가 행복하다. 내가 보호자가 되어 스스로를 보살펴야 하는 나이가 되니 이제서야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해간다. 몸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빗나가지 않게 잘 다독거리며 사는 것이 여러 사람 걱정 안끼치고 사는 지혜이다. 즐겁게 노는 것이 일이라 여기저기 바쁘게 쫒아다니다 보면 몸에 과부하가 걸리기도한다. 그런 땐 만사 제치고 소파와 밀애에 빠지는 게 상책이다. 스마트폰과 삼각 관계의 균형을 잘 유지 하면서 좋은 음악으로 귀도 호사하고 책장을 넘기며 눈도 호사시킨다. 소파와의 사랑도 지칠때 쯤이면 따끈한 햇살 속에 바람도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