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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이 덥지만은 않은

한여름이 덥지만은 않은 조 은 미 우리나라 말에 '미치다' 라는 말이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여러 다른 뜻으로 쓰임을 알 수 있다. 정신에 이상이 생겨 본성을 잃게되는 것을 나타내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일에 몰두하거나 깊이 젖어드는 상태를 일컫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젊었을 때는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지 매사 딱히 좋을 것도 , 나쁠 것도 없는 회색 지대에서 엉거주춤한 자신을 발견한다. 나이가 들수록 희로애락의 감정이 무뎌져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주변의 것들에 무반응으로 점차 감정 곡선이 수평을 이루게 되면 사는 것이 재미 없어지고 단지 시간을 축내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게 된다.열정적으로 몰입해서 무엇인가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사랑이 머무는 언저리

사랑이 머무는 언저리 조 은 미 기다림이 있는 삶은 달콤한 긴장감과 기대로 설렌다. 자라섬에서 서울교대 전체 동기회 모임이 있는 날이다. 가슴 뛰게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라 만나면 푸근하고 편안한 자리가 좋아 이 모임을기다리게 된다. 같은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같은 직업에 종사한 공통점은 진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잘 나가는 친구들 만나 주눅들고 부러워 동창회 다녀온 뒤끝이 조금은 씁쓸해지는 다른 대학 동창들과는 전혀 다른 끈끈한 유대감이 있다. 아무리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도 그 자리에서 미소 한 번이면 마음이 열리고 소통의 다리가 놓인다.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뜨락에 내려 선다. 햇살 머금은 보리수가 봉긋 부풀기 시작한 사춘기 소녀의 유두처럼 싱그럽다. 조롱 조롱 가지가 휘도록 흐드러진 보리..

깨를 볶으며

깨를 볶으며 조 은 미 이유 없이 하기 싫은 일이 있다. 내게는 깨를 볶는 일이 그렇다. 꽤 오래 전에 지인이 집에서 수확한 참깨를 보내왔다. 귀한 선물을 냉동고에 보관하며 늘 숙제처럼 깨를 볶아야지 벼르기만 하다 깨가 떨어지면 마트에서 볶아놓은 참깨를 사오기 일수였다. 양념통에 깨가 얼마 남지 않았다.오늘은 기필코 깨를 볶아야지 결심하고 깨 볶을 채비를 서두른다. 힘들게 농사 지었을 수고를 생각하며 한 톨도 해실 되지 않도록 몇 번을 조심해가며 씻었다. 정성스럽게 조리질을 하며 훍을 걸러냈다. 번거롭고 수고롭기 그지 없는 일이다. 깨끗이 씻은 깨를 후라이팬에 넣고 나무주걱으로 타지 않게 자주 저어가며 볶아준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다. 옛날 외할머니께서 솥뚜껑을 엎어 놓고 하롯불에서 깨를 볶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