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민들레, 넌 아웃이야!

조은미시인 2018. 5. 7. 11:10

 

 

 

집하고 여자는 가꾸기 나름이라던가?

 

늘 비어있는 때가 많아서 오랜만에 시골을 오면 보이는게 일 천지이다.

 

그새 잔디 사이로 풀이 한가득 올라오고 자갈 깔은 마당에도 밖에서 지나는 사람이 다 말할 정도로 풀이 자랐다.

 

저녁 내 씨름하고 새벽에도 일어나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나서야 사람 훈기가 느껴지고 다시 집 꼴을 찾아간다.

 

말로만 주는 사랑엔 여간해서 마음을 안여는 너를 정말 어째야 좋을런지!

 

남의 땅에 굳이 발붙이려 비비대며 끈질지게 늘어븥는 네 녀석도 딱하지만 더불어 동거할 수 없는 나도 참 할 짓이 아니구나.

 

지난 주에 뿌려놓은 옥수수가 고스란히 눈을 떠 반기고 상추 모종도 적당히 내려주는 비 덕에 실하게 자랐다.

뒤란의 영산홍도 한껏 자태를 뽐낸다.

 

실바람 보듬는 데크의 의자에 흔들거리며 아픈 허리의 통증을 견디면서도 이 녀석들 보는 재미에 힘들었던 한판 싸움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들판에 네 활개 활짝

펴고 온통 무리지어 피어있는 애기똥풀 노란 묵밭마저 환상으로 예쁘건만 제자리 못찾고 아무데나 기어오르는 반항아!

잔디밭에 홀로 우뚝 솟은 넌 자태가 아무리 곱다한 들 밉상이다.

 

나설 때 안나설 때 다 참견하며 사람 피곤하게 하지말고 넌 그냥 조신히 네 자리 지키며 네 물에서만 놀아주면 않되겠니?

 

잔디밭의 유사 짝뚱들 짐짓 초록 잔디인 듯 몸 사리고 있으니 미쳐 게까지 손이 안가 살아남는데 유독 샛노란 빛으로 얼굴 드러낸 민들레 넌 헛 똑똑이 아니니?

왜 네 집도 아닌데 들어와 자리 가림도 못하고 설쳐대니?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소리 듣도 못했니?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갈 텐데 너무 잘 나 너도 아웃이다.

 

눌 자리 보고 다리 뻗고 옆사람도 배려하며 비슷하게 살아가는게 세상 편하게 사는 순리더라.

남의 자리 까닭없이 넘보지도 말고 !!!

 

더불어 사는 지혜! 남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옳다 싶을 땐 꼬리도 내릴 줄 알고 필요하면 타협도 해가며 나만 옳다고 개거품 물고 쌈닭처럼 온통 쪼아대기나 하고 고고 한척 혼자 잘 난 척 해봐야 결국 너만 왕따 당하고 손해보는 거 모르겠니?

 

기다려라 민들레 너 잡으러 간다.

오늘 네 제삿날이다.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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