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하이선이 그냥 지나치긴 못내 아쉬운 듯 제법 나무들을 흔들어 대며 심술을 부리더니 여름도 같이 업어 갔는지 아침 운동 길이 제법 스산하다.
황토빛 분노를 쏟아내며 무섭게 포효하던 앞 실개천도 언제 그랬냐는듯 바닥이 들여다 보이는 맑은 물줄기가 새색시 처럼 음전하다.
길섶의 보라빛 벌개미취가 청초한 얼굴로 인사하고 백도라지도 질세라 꽃망울을 터친다.
벼이삭이 팬 초록 들판은 녀석들의 엉그럭이 늘어저 바람 부는대로 그네를 타며 춤을 춘다
잔뜩 긴장했던 공포가 서서히 스러지는 행간에 콧등을 간질이는 실바람마저 상큼하고 소슬한 아침의 신선한 기운이 가득찬 온천지엔 평화가 넘친다.
코로나 19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발령된 비대면의 일상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혼란된 극도의 경제 위기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는다.
여기저기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는 고통의 신음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비단 자영업자들뿐이겠는가?
연쇄적 파급 효과는 온 국민을 안전 사각지대로 내모는 것 같다.
날마다 감사가 넘치던 일상들!
안먹어도 배부르던 자유가 춤추던 날들!
허나 요즘은 늘 뭔가 쫒기듯 불안하다.
년식이 오래되 폐기 직전이라 언감 생심 임신을 입에 올릴 처지도 아니련만 까닭없이 허하고 먹어도 왜 자꾸 헛헛해지는지 모르겠다.
모처럼 잡채를 한 양푼 푸짐히 버무려 이웃에 한 접시씩 돌리며 나눈다.
인간의 능력 한계를 벗어난 코로나 팬더믹!
하루 속히 하나님의 자비가 이 땅에 이루어지길 두손 모아 기도해본다.
이 또한 지나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