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전화벨 소리에 눈을 뜨니 8시30분이 넘었다.
간밤에 잠이 안와 늦게까지 유투브하고 놀았던 여파가 여실히 드러난다.
5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져 성경 읽고 아침 운동 나가던 평소의 일과가 엉클어 지며 한결같이 자신에 엄격하기가 참 쉽지 않음을 실감한다.
날마다 먹고 대학생이 별스레 시간 따질 일도 아니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오늘은 특별히 나를 대접하는 날로 합리화하며 어제 끝마무리 가지며 고추 근대 솎은 것으로 여름을 보내는 송하 조찬을 정성스레 준비한다.
혼자 먹는 밥상에 형식도 차릴 것 없이 냉장고 저장 용기채로 대충 한 숟갈 먹고 말았지만 한여름 내내 열매를 조랑조랑 열며 기쁘게해준 녀석들 마지막 보내는 환송연은 제법 예의를 갖추어 채려줘야지 싶어 가지. 고추로 할 수있는 제일 맛난 요리를 생각하다 번뜩 냉동실에 꽃빵이
생각나 고추가지 잡채를 해보기로 한다.
냉장고에 있는 야채 총동원하여 채를 친 후 기름에 소금 두 꼬집 넣고 후르륵 빠르게 볶아 내어 굴소스에 버무려 꽃빵을 곁들이니 제법 근사한 메뉴가 된다.
다시마, 마른 가재, 표고 버섯을 넣고 다시물을 우려 내어 된징 슴슴하게 풀고 근대국도 끓이고 오징어 채볶음, 시레기볶음, 방울토마토 짱아찌까지 대령시켜 한상 제대로 차려진 조찬 앞에 의관 정제하고 앉으니 스스로 대접 받는 기분이다.
그래 여름 애쓰고 수고했소
잘 가시고 내년에 또 만나기요.
가는 길에 코로나며 온갖 근심걱정일랑 다 가져가소 마.
가을 새 애인 만나 즐긴다고 너무 서운타 말기요.
어느새 가슴에 들어앉는 가을
의리없이 벌써부터 가슴이 벌렁거린다.
그래 나의 가을 씨!
우리 알콩달콩 진하게 사랑하며 살아봅시다.
가을이 그리 길지도 않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