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순리를 거스른다는 것

조은미시인 2020. 11. 6. 09:48

순리를 거스른다는 것
조 은 미

얼마전 배수관 공사를 하며 대문 밖으로 개천과 통하는 하수관을 묻었는데 그 이후 무슨 까닭인지 사나흘 돌이로 물이 솟아 마을 길로 흐르는 바람에 노심초사 했는데 엊그제 첫 추위에 길바닥이 얼어붙는 사단이 터지고나니 안전사고가 염려되어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마침 다른 우수관 공사도 마무리지을 게 있어 급히 공사 의뢰를 하고 땅을 파보니 가로지른 하수관에 물길이 막혀 지하수가 고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한도에 차면 땅위로 솟구치며 반란을 일으키는 현장을 확인하고 사방에 물길을 뚫어주고 하수관에도 구멍을 내어 숨통을 틔워주니 부글거리던 분노를 갈아앉히고 얌전하게 고삐가 잡힌다.

물길 따라 흐르는게 순리인 것을 억지로 내리누르고 잡아 놓으니 당장은 조용한 듯 해도 어느 땐가 목에 차면 내리 누르던 힘을 뚫고 분출하기 마련이고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막는 사단이 생기고 마는게 당연지사인데 저 위에 동네 힘 있으신 분들은 그 당연한 이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막힌 숨통은 뚫어줘 가며 몰아쳐도 몰아쳐야하련만 생다지로 숨쉴 사이도 없이 상식이 비 상식이 되어가는 급변하는 소용돌이 속에 생각한대로 일단 밀어붙이고 보는 힘의 불균형이 어째 불안하고 사는게 행복하지가 않다.
이 보다 더 숨쉬기 어려워지면 어쩌나 싶은 노파심이 차라리 나이 먹은 우리같은 사람들의 지나친 기우라면 좋으련만!

공사하는 김에 하는거라 인건비가 안들어 실비에 해결하는 행운에 감사하며 늘 순적하게 일처리가 되도록 예비해주시는 손길에 감사한다. 모처럼 마음에 짐을 덜고 단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동네사람 피해 받을까 안절부절 못 하던 마음에 평화가 온다.
소소한 일에도 이리 마음이 가시방석인데 다른 사람을 기만하고 사기쳐 자기 잇속만 차리려는 사람들의 심장은 도대체 어떤 강심장일까?
이름도 생소한 라임, 옵티머스 이런 것 좀시원하게 밝히고 뚫어줄 기술자는 어디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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