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가을이 떠나기가 꾀나 서러운갑다.
밤새 유리창을 두드리는 애잔한 흐느낌에 덩달아 잠이 깨 밤을 세운다.
잊고 있던 기억 너머 아련한 그리움까지 뒤흔들어 휘저어 놓는 통에 갈아앉았던 앙금이 다시 뒤섞여
뿌옇게 흐려지며 알싸한 쌉쌀함이 목구멍 끝에서 치민다.
그래도 뒷맛이 달달한 그 기억들을 눈깔 사탕 녹이듯 혀끝에 녹이며 도란도란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눈다.
오늘 밤 지나면 한 차례 된 추위가 찾아 오겠지.
겨울이 오는 유세를 오죽이나 부릴려는지!
떠나는 님 붙잡지 않고 오는 님 막지 않는 게 순리려니.
눈부시게 행복했던 동행에 감사하며 미소로 보낸다.
떠나는 길 미련일랑 접으시고 잘 가시게.
내년에 더 고운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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