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도심에서 건저올린 만추의 행복

조은미시인 2020. 11. 12. 23:24





도심에서 건져올린 만추의 행복
조 은 미


오랫만에 여고 동창의 전화를 받고 번팅으로 잠실 롯데에서 셋이 오붓하게 만나기로 한다.

정작 학창 시절엔 그런 친구가 있는 줄도 모르고 졸업했는데 지난 50주년 동창회에서 만난 이후 새롭게 알아가며 마음을 나누는 가까운 사이가 되어 지낸다.

오랜 만남으로 묵은 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여고 시절 함께 했다는 인연만으로도 50년이라는 시간의 단절을 쉽게 뛰어 넘어 만나면 반갑고 따스한 우정의 깊이를 느낀다.

같이 거들려고 카운터 앞에 섰다가 막무가내로 밀어내는 통에
싱싱한 쌈채소의 맛난 점심과 석촌 호수길의 카페에서 커피 까지 full service로 대접 받고 호사를 누린다.

아직 남은 가을의 꼬리를 호수에 드리운 단풍 잎새의 살랑거리는 수줍은 손짓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하늘은 어쩜 이다지도 맑은지!
우리 나라의 가을은 어디를 봐도 한폭의 그림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등뒤를 따라온다.
어깨를 맞대고 걷는 마음은 어느새 여고 시절 소녀가 된다.
우리 앞에 남은 가을이 몇 번 일런지 모르지만 건강할 때 자주 만나자 다짐한다.

꽃보다 예픈 단풍길을 단풍보다 예쁜 마음들이 모여 걷는다.
부르면 언제나 달려나올 친구들이 있다는건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 일인지?
호수처럼 잔잔한 평화가 가슴에 머문다.
사랑한다 친구야.
서로 있음에 고마워 하고 힘들 때 세워주며 소풍길 끝나는 날까지 함께 동행하자꾸나.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덧대며 감사의 닻을 내린다.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팽이버섯 활용법  (0) 2020.12.15
잘 가시게 가을이여  (0) 2020.11.22
순리를 거스른다는 것  (0) 2020.11.06
용문사의 가을  (0) 2020.11.04
가을비 오는 날의 소묘  (0) 2020.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