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여고 동창 반창회 단톡에 누군가 용문사 은행나무 보러 가자고 카톡에 올리기 무섭게 일사천리로 그래 하고 합의가 되어 용문사에서 모이기로 한 날이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이 추운날 용감한 할매들!
따끈하게 밤을 삶아 챙겨넣고 나선다.
모두들 전철로 오고 난 시골에 와 있는터라 승용차로 유명산 농다치 고개 넘어 양평으로 향한다.
굽이굽이 가을이 익은 텅빈 길을 따라오는 차도 없이 혼자 달린다.
회오리 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흩날리며 떨어지는 잎비가 나비 떼가 되어 군무를 추며 소낙비 내리듯 차창에 부딪힌다.
혼자 보기엔 아까울 만큼 환상적이다.
주차장 근처 음식점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반긴다.
용문사 들어가는 양길가 꽃보다 아름답게 흐드러진 단풍에 넋을 잃는다.
우람한 용문사 은행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를 그렇게 지키고 서있는데 어느새 노란 은행잎은 거의 떨어져 그 장관을 못보고 돌아 오는게 좀은 아쉽다.
수능이 가까워서인지 자녀들의 좋은 성적을 위해 발원하는 부모들로 꾀나 북적인다.
힘들게 고3 뒷바라지 하며 수능 당일 고사장에 들여보내고 마음 졸이며 교문을 지키던 아득한 그 시절 추억이 새롭다.
어느새 지나온 시간 보다 남아 있는 시간이 더 짧은 시점에 서 있지만 지금 내 것인 현재를 충실하게 누리며
함께 할 수 있는 벗들이 있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모쪼록 건강하게 다닐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만나고 아낌없이 쓸 수 있을 때 쓰고 후회없이 즐겁게 지내자 서로 다짐한다.
요새 부쩍 다 쓰고 죽자는 '다쓰죽' 클럽 회원이 늘어난다던가?
어느 국회의원은 재산이 얼마가 되건 4억 이상은 상속을 못 하도록 하는 법을 입법 중이라니 앞으로 집 한 칸도 자식 물려줄 수 없는 날이 쉬 올 것 같다.
내 새끼는 나보다 덜 고생하고 잘 살게 하고 싶은게 부모 마음이라 조금이라도 더 남겨주려 허리띠 졸라매고 그 고생을 해도 힘든 줄 모르고 살았던 그간의 노력이 바보로 조롱거리가 될 그런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고 살아가려면 미리 대비하며 살아가는 것도 지혜이리라.
노인들은 열심히 벌어놓은 돈 다 쓰고 죽느라 살 판 나고 젊은이는 일을 않하고 놀아야 국가가 책임져 주니 노느라 살 판 나고 뼛골 빠지게 일할 필요 없는 좋은 나라, 이래저래 살 판 난 나라에 사니 이것도 감사한 일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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