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아름답게 살고 싶은 마음!
조은미
오후에 문화원에서 중국어 강좌 마치고 나오는데
온통 희뿌연 하늘에 스치는 찬바람이 을씨년스럽다.
비까지 한 두 방울 뿌리니 마음은 더 급해진다.
서둘러 차에 올라 집으로 향한다.
워커힐 올라가는 길목!
아직도 가을을 이고 있는 나무들이
비에 젖어 시리도록 아름다운 가을빛을 뿜어내고 있다.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어쩜 이리도 고울까?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인적 드문 고즈넉한 산길의 처연한 가을빛의 아름다움은
그냥 가슴이 먹먹해지는 서러움이 된다.
까닭 없이 가슴이 싸하고 아파온다.
이별한 이도 없는데 알싸한 아픔이 가슴을 타고 흐른다.
대상도 없는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밀려오고 마음은 공연히 서성대진다.
한참을 길 한 곁에 차를 세워두고 감상에 젖는다.
스물 스물 그리움이 기어올라 애잔함이 된다.
마음은 마치 연인을 이별한 여인의 마음이 되어
바람에 나는 낙엽을 보며 시 한 수 저절로 읊어진다.
서러움 토해내며
찬비에 더욱 붉은 가슴
해도 숨고
어스름한 저녁
스물 스물 그리움 기어 나와
보고픔은 애달픔 되네
잊힐 것 같아
선선히 놓아 보낸 님
돌아서면 제자리에
생각을 말자 하면
더욱 그리운
님의 얼굴
서걱거리는 바람소리
빨간 그리움은
나비 되어 나네
돌아올 기약 없이
떠나는 여정
님 그리는 애달픔
네 등에 싣고 가려 마
눈에 밟히는 아름다운 길을 가슴에 담고
돌아오는 차안에도 가을이 들어찬다.
마지막 가는 가을의 꼬리를 붙잡고
머물고 싶은 순간의 행복함이 온 몸에 배어든다.
자연이 주는 소리는 늘 보던 일상도 새롭게 한다.
가슴 가득 사랑을 안은 마음자리는
옆에 있는 사람까지 더불어 행복하게 한다.
오늘 따라 남편에게 더 사랑받는 여인이고 싶은 다감함이 솟는다
시를 쓰고부터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깊어진다.
이 나이에 아직도 이런 감성으로 살아갈 수 있는 행복을 주신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한지....
인생의 로또를 만난 것 같은 행복함으로 다시 사는 것 같다.
시를 쓰는 마음은 행복하다.
60이 넘어 처음 써 보는 시!
내가 쓰는 것이 시인지 어쩐지도 모르면서
그냥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리는 대로 적어본다.
늘 살아 숨 쉬며 새날을 맞는 평범한 일상이 감사하다.
시를 쓰며 남은 인생도 시처럼 아름답게 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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